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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다른, 30대의 소개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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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0

20대의 소개팅 VS 30대의 소개팅

<<지난 주말, 30대의 첫 소개팅을 했어요. 뭐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딱히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어서 애프터 없이 끝났어요. 멍하게 살다 보니 나이만 무럭무럭 쌓여 어느덧 서른 하나. 소개팅 경험이라면 이력서에 써도 될 만큼 화려해요. 20대 땐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연애도 두어 번 했고. 그런데 이제 와서 소개팅이라는 게 대체 뭔지 아리송해진다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소개팅에서 팍 꽂히는 일도 많고, 나에게 팍 꽂히는 상대도 많았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젠 그게 없어진 느낌이랄까…….

호수에다 나룻배 하나 띄워놓고 남녀가 탔어요. 호감이 있는 사람이 먼저 노를 저어서 상대를 풍경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간다거나, 아니다 싶은 사람이 먼저 호숫가를 향해 노를 저어 나룻배에서 내린다거나 해야 되잖아요. 근데 아무도 노를 안 젓는 거죠. 그냥 상대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만 있는 거예요. 더 쉽게 말하자면 줄다리기, 누구도 밀거나 당기지 않은 채로 줄만 잡고 있는 줄다리기 같은 거죠. 30대의 소개팅은 다 이런가요? 내 마음에 무슨 변화가 생긴 건지 나도 나를 모르겠어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여요

상대방이 저만치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어느 정도 호감도가 결정 나던 20대의 소개팅.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눈코입인가, 함께 걸을 수 있는 팔다리인가, 주말을 바칠 수 있는 비주얼인가를 비중 있게 살폈던 그 시절. 보이는 것만 열심히 봤던 20대죠. 하지만 30대 언니 오빠들에겐, 보이는 것의 비중이 예전처럼 크지 않아요. 내가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외모가 아니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식스센스를 곤두세우는 30대이기 때문이죠.

샤방샤방한 외모? 3개월만 보면 만민평등 오징어평준화를 이루며 질리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예쁘고 잘생긴 외모가 때로는 독이 되어 받지 않는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 74통을 남기게 할 것임을 뻔히 알죠. 첫눈에 반한 소개팅 상대에게 전력질주하고,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단점을 발견하더라도 에이, 별 거 아닐 거야, 연애하면 고칠 수 있을 거야, 생각하며 외면했던 결과. 그 결과는 어땠나요? 사람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구나, 상대를 바꾸려고 하다가 내 마음에 스크레치만 잔뜩 남는 구나, 지치고 비참한 새드엔딩.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습관이 대박 짜증을 부르고, 내가 뽑아줄 수 있을 것 같았던 미운 털은 이별을 부르는 결정적 계기가 되더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30대는 생각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야겠어.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외모부터 성격, 습관, 말투, 학력, 취향, 재력, 가정사등등 전부를 살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옮아가면서, 아이고 이런. 눈만더 높아지고 만 거죠. 그러기에 섣불리 상대에게 푹 빠지지도, 활짝 마음을 열지도 않게 되어버렸네요.

우리는 왜 타오르지 않을까?

30대 언니 오빠들은 생각합니다. 짚신도 짝이 있고 우리 집 멍뭉이도 짝이 있는데,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 줄 사람 하나 없겠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할 수 있는 짝이 있을 거야. 맞아요, 있어요. 있을 거예요. 하지만 소개팅 자리에서 우리가 상대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나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까요?

이미 많은 연애, 이미 많은 소개팅, 이미 많이 읽은 연애 지침서들로 우리는 대부분의 소개팅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 경험치를 보유 중이죠. 각 상황별 적당하고 무난한 모범답안을 달달 외우고 있어요. 백이면 백, 소개팅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똑 같은 질문을 하고, 똑 같은 식사를 고르고, 똑 같은 칭찬이 오고 가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에게 할 말은 정해져 있을 수 밖에 없어요. 뭐 특별히 나쁘지는 않은데, 특별히 끌리지는 않네……. 당연해요. 우리는 외워둔 모범답안만 서로 줄줄 읊고 왔으니까.

진짜 내 모습은 보여주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좋아해줄 상대를 찾고 싶어 하는 것. 딱히 트집 잡을 곳 없는 무난한 모범답안을 내놓고, 특별한 느낌이 다가오길 기대하는 것. 이게 사연녀의 소개팅.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두 사람이 탑승한 나룻배의 노를 누가 먼저 저어야 할지도 잘 알 거라 생각해요. 더 좋은 곳을 향해 노를 저어가는 것도, 호숫가에 배를 대고 얼른 빠져나오는 것도 당신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