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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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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의 진실, 섬세와 소심은 한끝 차이"
이 죽일 놈의 변덕
착하면, 착한 거 그거 하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정말 착하기만 한 상대를 소개시켜 준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눈치가 없냐는 핀잔만 듣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 사람에게는 ‘착하다’는 뜻이 심성 곱다는 의미가 아닌, 예쁘고 늘씬하고 센스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다른 경우로, 예쁘면 무조건 다 좋다는 사람에게 정말 예쁘기만 한 상대를 소개시켜 주는 건? 처음엔 좋다고 만날지 모르겠지만 말이 안 통하네, 성격이 너무 까칠하네, 이기적이네 하는 이유로 화를 낼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사람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어서 원하는 것을 이루면 더 좋은 것을 원하게 됩니다. 하다못해 갖고 싶은 물건도 정작 손에 넣게 되면 더 좋은 물건이 갖고 싶게 되는 법.
이상형이라는 것도 사실 그렇습니다. 평생을 가슴에 품어온 이성상이 아니라면 대부분 어떤 계기를 통해 만들어진 허상이지요. 따라서 다른 계기가 생겼을 때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게 이상형입니다. 이를테면 A가 짝사랑하던 남자는 말이 없고 묵묵히 웃는 모습이 멋있었기 때문에, A는 그 이후 과묵한 남자를 이상형으로 내세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과묵한 남자와 연애를 해보니 그 엄청난 따분함을 못 이겨 헤어졌지요. 그 후론 유머감각이 넘치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내세우게 되는, 뭐 그런 이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외모에 대한 기준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동전의 양면
‘섬세하다’와 ‘소심하다’는 얼마나 다를까요. ‘꼼꼼하다’와 ‘엄격하다’는 또 얼마나 다를까요. 물론 단어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뜻은 명백히 다릅니다. 하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의 하나로 이해할 때 이 두 가지 성질들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섬세하지만 대범하고, 상냥하지만 나를 제외한 이성에게는 차갑고, 명랑하지만 차분하며, 지적이지만 가르치려하지 않고, 말이 잘 통하지만 말이 많지는 않은……. 슬프지만 그런 사람 없습니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붙어 다니니까요.
똑똑한 여자는 부담스럽다고 백치미가 있고 순한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주구장창 노래를 부르더니 정말 그런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바라던 이상형이었는데도 얼마 못가 이별을 맞게 되었지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 모르면 알려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드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신물이 나더라고 하더군요. 소탈하고 꾸밈없는 사람이 이상형이라던 친구는 여자 친구의 센스 없음에 거듭 실망만 하다가 이별을 맞기도 했고.
이상형이 아니라 나와 맞는 사람을
꿈에 그리던 이상형은, 꿈에서만 그리는 것으로 만족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상상 속에 그려놓은 허상도 현실로 들어서면 똑같은 사람이 아니겠어요. 이상형이라는 허상 때문에 좋은 인연을 너무 많이 놓쳐버린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따뜻한 진심이 담긴 사람이라면 이상형이 아니라도 어떤가요. 이상형보다 더 좋은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인연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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