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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 공략법 5막 5장
798 2012-05-17  
  연애는 물론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처가살이도 마찬가지. 장인 장모는 물론 처남과 처제 그리고 아내까지 공략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처가살이 탄탄대로를 걷고 싶은 이들을 위해 30년 처가살이 달인의 필살기를 공개한다.




제1장 '말'로 승부를 걸어라


올해로 처가살이 30년을 맞이하는 아버지. 주위 사람들은 그 긴 세월 동안 어떻게 처가살이를 했느냐며 아버지를 매우 안쓰러워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30년 처가살이는 그야말로 '장밋빛 인생'이었다. '말'로 장인 장모를 살살 녹게 만든 비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매일 장인 장모에게 안부 전화를 할 때 통화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면 다른 사위들과 묘하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지금 뭐 하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등의 형식적인 질문은 일절 하지 않는다. 대신 "오늘 이모님 만나셨죠? 삼계탕 드신다고 하더니, 맛나게 드셨어요?"처럼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포인트. 장인 장모의 스케줄과 관련된 일을 물음으로써 '사위가 날 신경 쓰고 있구나!'라는 뉘앙스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때문인지 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전화 통화 시간은 늘 5분이 넘었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로도 장인 장모와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화는 평소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아버지는 늘 퇴근 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담소를 나누었는데, 이때 중요한 점은 마치 방청객처럼 리액션을 크게 하며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들과 달리 크고 호탕한 아버지의 반응은 장인 장모가 신이 나서 사위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아버지도 처음부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자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주면 감정적으로 큰 동질감을 형성하게 된다. 아버지가 꾸준히 대화 시간을 늘리고 반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잘 듣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소한 하루 일과를 얘기한다면 장인 장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아버지의 말씀!

특별히 장모의 사랑을 받고 싶을 때 아버지가 늘 쓰신 방법이 있다. 바로 '아내 칭찬하기'다. 딸을 시집보낸 엄마의 마음은 늘 불안하다. 남편은 제대로 챙기는지, 반찬은 몇 가지나 하며 밥은 제대로 해 먹는지 등 딸 걱정에 항상 노심초사다. 처가살이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사위에게 예쁨 받는 딸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게 부모 마음. 그런 장모에게 아내 칭찬을 입이 닳도록 하면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난다. 장모님 닮아서 요리를 잘한다, 청소도 잘하고 착하다, 아이들에게 훌륭한 엄마다 등 상황에 맞는 최대한의 찬사를 하는 것이 좋다. 비록 입으로는 팔불출이라는 말을 할지라도 내심 자신의 딸을 아끼고 칭찬하는 사위의 모습에 흐뭇해한다.

칭찬하는 김에 장인 장모 칭찬까지 더하면 효과는 배가 된다. 처가살이를 하면 자연스럽게 장인 장모가 육아와 가사에 도움을 주는데, 이는 절대 사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롯이 딸을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외손녀, 외손자는 아무리 예뻐도 결국 사위 쪽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육아를 돕는 것이 장모에게는 '노동'이 될 수 있다. 그걸 알기에 아버지는 작은 도움을 받더라도 "장모님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장모님 최고!"처럼 크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빈말인 줄 알면서도 사위가 나서서 감사 인사를 하니 장인 장모도 좋고 옆에 있는 아내까지 기분 좋아져 1석 2조다.



제2장 남편이 하는 일, 아내가 모르게 하라


아버지가 계절마다 쓰는 필살기들이 있다. 그 방법들의 공통점은 바로 '아내 몰래 하기'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말도 있듯이 아내가 모르게 처가 식구들을 살뜰히 챙기는 것이다. 비록 당장의 효과는 미비하겠지만 훗날 몰래 행했던 일들이 아내 귀에 들어가면 아내는 남편에게 무한 감동을 받게 된다.

예를 들면 아버지는 가끔 엄마 몰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맛있는 것을 사드리곤 했다. 한 가지 팁은, 무엇이 드시고 싶으냐고 직접 물어보는 게 아니라 미리 최근에 어떤 것을 먹고 싶어 하셨는지 파악해 음식을 사가는 것이다. 자신들을 생각해 사위가 먹을 것을 사온 것도 대견한데, 여기에 본인들이 먹고 싶었던 음식이라는 센스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그 외에도 아버지는 가끔 장인 장모의 동창회나 친척 방문 시 직접 차로 모셔다 드리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체면도 세워드리고 남들에게 사위가 착하다며 칭찬도 받을 수 있어 한동안 처가 식구들과 관계가 소원하다 싶을 때 사용한 필살기 중 하나다.

조금 더 강한 한 방이 필요할 때, 아버지는 종종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엄마 몰래 병원에 가곤 했다.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분들을 설득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했다. 그리고 반드시 병원비는 아버지가 내는 것이 이번 필살기의 포인트. 비록 푼돈이긴 하지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게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는 금액이라 병원에 가지 않으시려 한 건데, 사위가 턱하니 병원에 모셔가고 병원비까지 내주니 듬직할 수밖에. 더불어 병원 사람들에게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따라와서 병원비를 다 내내~"라며 은근히 자랑도 할 수 있어 장인 장모의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위 분들에게 자랑하실 수 있게 만드는 아버지의 필살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장인 장모의 외모 체크다. 머리 염색할 때가 되진 않았는지, 화장품이 다 떨어지진 않았는지 꼼꼼히 체크해 말하지 않아도 챙겨주는 것이다. 이는 아버지보다 엄마가 더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었는데, 오히려 엄마보다 아버지가 사용할 때 효과가 더 좋았다. 간혹 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립스틱이나 향수 등을 선물하면 할머니는 마치 소녀처럼 좋아하셨다. 외모란 신경을 쓰면 쓸수록 확실히 눈에 띄기 때문에 타인이 보면 딸과 사위가 무엇을 해줬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덕분에 노인정이나 마을회관 등에 마실을 갈 때 사위가 립스틱도 사주고 머리를 해줬다며 한껏 자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외할아버지의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꿔드리며 다시 한 번 사위 사랑을 확인하셨다. 어르신들도 좋은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사용하고 싶어 한다. 다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아 말하지 않을 뿐. 그때마다 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최신형으로 바꿔드리고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드린다. 기계에 관심이 많은 편인 아버지는 젊은 우리들보다 스마트폰에 대해 더 많이 아신다. 그런 아버지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게 '스티브 잡스'와 같은 존재. 여기에 "사위만 한 사람 없죠? 하하!"라며 은근슬쩍 자랑을 해도 밉지 않다.





제3장 백 마디 말 대신 한 번의 이벤트를 노려라


처가살이를 하는 많은 사위들이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장인 장모의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것이다. 결혼기념일은 자치하고라도 생일까지 얼렁뚱땅 넘어가고, 심지어 축하 인사도 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평소에 소소한 노력으로 점수를 따는 것도 좋지만, 기념일처럼 한 방을 노릴 수 있는 날을 놓치면 사위만 손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딸이 챙겨주는 것도 좋지만, 사위가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세세히 챙긴다면 사람을 다시 볼 수 있다. 기념일이라고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근사한 레스토랑 예약이 아니라 케이크 하나 사드려도 기뻐하는 것이 부모님이다. 우리 아버지처럼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맛있는 와인과 할머니가 좋아하는 케이크만 사드려도 "우리 사위~우리 사위~"라는 소리를 듣는다.

당신 스스로 한 달에 한 번 기념일을 만드는 것도 아버지가 즐겨 사용하는 필살기 중 하나다. 매번 처가에서 밥만 얻어먹으면 눈치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정기적으로 간식거리를 사오셨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간식부터 이모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까지 소소한 것을 사오지만 어느새 모두들 매달 아버지가 간식 사오는 날을 기다리게 된다. 식사 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간식을 먹으면 가족애가 더욱 돈독진다.

간혹 특별한 이벤트를 벌이는 것도 좋다. 외할머니와 데이트를 나가는 우리 아버지처럼 말이다. 아버지는 1년에 한두 번은 할머니만 따로 밖으로 불러내 영화를 보거나 오붓하게 식사를 하신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쑥스러워하셨다지만 지금은 언제 사위가 데이트를 신청할지 기다리는 입장! 1년에 한두 번이지만 사위와 '데이트'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장모의 사위 사랑은 6개월 지속된다.




제4장 처제, 단계적으로 접근하라


어느 정도 장인 장모의 사랑을 얻었다면 이제는 처남과 처제의 지지를 받을 때다. 우리 집은 이모 한 명과 삼촌 한 명이 있는데, 두 분 모두 아버지의 열렬한 지지자다. 놀랍게도 신혼 초에는 이모와 아버지가 앙숙이었다고 한다. 아니, 앙숙이라기보다 이모가 일방적으로 아버지를 싫어했다는 것이 맞겠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이모에게 아버지는 그저 낯선 성인 남자였을 뿐. 그런 사람이 갑자기 자기 집에 들어와 산다고 하니 싫을 수밖에. 게다가 한참 예민할 사춘기였으니 아버지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고깝게 보였을 것이다. 그런 이모를 아버지는 어떻게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로 변화시킨 것일까?

아버지가 이모를 위해 한 것은 '아무것도 안 하기'다. 대부분의 사위들이 처제나 처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용돈을 주거나 친한 척을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그들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로 매우 어렸을 때나 먹히는 일이다. 실제로는 처남과 처제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일 확률은 매우 낮으므로 과도한 친한 척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생각해봐라. 귀찮아 죽겠는데 자꾸 옆에 와서 말을 걸고, 낯선 사람이 친해지자며 들이대면 사춘기 여고생은 기겁하며 도망간다. 아버지는 결혼 후 몇 달간 최대한 이모를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했다고 한다. 이모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굳이 이모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고, 이모가 화장실에 가거나 샤워를 할 때는 슬며시 당신 방으로 피해줬다. 하지만 식사 시간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해 함께 밥을 먹으며 당신이 이제는 '가족'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시켰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자 서로의 생활에 대한 일정한 규칙과 패턴이 생겨 이모도 아버지가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던 것.

그 다음부터 친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버지가 제일 먼저 사용한 방법은 바로 '편들어주기'. 할머니가 이모를 혼낼 때 은연중에 이모를 두둔하고 편을 들었다. 열 번 혼날 일이 아버지 덕분에 일곱 번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이모는 무슨 일만 있으면 아버지를 찾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 아버지는 뇌물 공세도 함께 했다. 뇌물이라고 해서 비싼 선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모가 좋아하는 떡볶이나 순대 같은 분식을 사준다거나 엄마에게 이모의 취향을 물어 예쁜 머리핀이나 끈 등 자잘한 액세서리를 선물했다. 작은 것이라도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인지상정. 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챙겨주며 간혹 맛있는 간식 또는 선물을 사주는 형부를 좋아하지 않을 처제가 어디 있을까? 여기에 언니에게 잘해주는 모습까지 보여주면 "나중에 형부 같은 남자랑 결혼할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제5장 처남, 눈으로 직접 보여줘라


아버지는 삼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대학생인 삼촌에게 다가간 방법은 '술 사주기'. 주말이면 삼촌과 동네 치킨집이나 포장마차에서 간단히 한잔하고 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중요한 것은 절대 술값을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술을 마셔야 한다는 것. 사위와 함께 술을 마시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걱정이 덜하고 삼촌 입장에서는 매형이 술값을 내주고 술에 취해도 챙겨주니 안심하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자고로 술이란 마시면 마실수록 속에 있는 말까지 하게 만드는 것이라, 아버지와 삼촌은 몇 번의 술자리 이후 친형제처럼 가까워졌다고. 하지만 처남도 결국 처가 식구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가 처가 식구 중 유일하게 당신 편이라고 믿었던 삼촌에게 발등 찍힌 사건이 있었다. 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엄마와 크게 다툰 적이 있는데, 외할머니와 이모는 물론 삼촌까지 합세해 아버지의 잘못을 탓한 것이다. 아버지는 같은 남자이니 삼촌만은 당신을 이해할 것이라 믿었지만 큰 오산이었다. 삼촌은 남자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동생이었던 거다. 당연히 몇 년 본 매형보다는 평생을 함께한 누나의 편을 들 수밖에. 이 사건 이후 아버지와 삼촌의 관계는 서먹해졌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기 위해 아버지의 숱한 노력이 필요했다.

처가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내에게 잘하는 것이다. 장인과 장모도 그리고 처제와 처남도 자신의 딸과 언니, 누나에게 잘하는 사람을 최고의 신랑감으로 손꼽는다. 특히 처남은 의외로 이 문제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는 여자들과 달리 남자는 큰 액션이 있어야 '아, 저 사람이 잘하는 구나!'라고 인식한다. 소소하게 아내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처남 앞에서는 아내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거나 특별한 기념일에 이벤트를 선보이는 등 '나 누나에게 이렇게 잘해!'라는 식의 임팩트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때문에 아버지는 일부러 결혼기념일을 온 식구가 보는 앞에서 축하했고(이때 조금 값비싼 선물은 옵션이다!), 엄마 생일에는 다 함께 외식을 하며 삼촌이 보는 앞에서 장미꽃 1백 송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런 이벤트를 진행하자 아버지에게 잠시 실망했던 삼촌의 마음이 예전과 같아졌고, 더불어 '우리 누나에게 잘하는 통 큰 매형!'이라는 이미지까지 추가되었다.

처가살이에서 처제와 처남의 지지는 생각 외로 그 힘이 크다. 장인 장모와 어색한 것도 고달프지만 처제나 처남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 처가살이 내내 눈치 보이고 어색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처남과 처제(특히 처제!)가 자신과 아내 또는 자신과 장인 장모의 관계를 이간질 할 확률도 매우 높다. 때문에 결혼 후 처제와 처남을 포섭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평탄한 처가살이를 꿈꾼다면 처남과 처제는 꼭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