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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찼는데...결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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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3

스물아홉이 되거나, 서른이 되거나, 혹은 서른한 살쯤 되면 우리의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한다.
“올해엔 꼭 시집가야지. 너도 벌써 계란이 한 판이야, ”라고 말이다.
마치 서른 살을 넘기면 영원히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지 못하기라도 할 것처럼, 엄포를 놓고 겁을 주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게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니가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사회에는 확실한 결혼적령기라는 게 있는 거야. 남들은 다 고만고만한 나이에 시집가는데 너 혼자 독야청청 싱글 생활을 즐겨보겠다고 하면 괜찮은 남자들이 너를 기다려주기나 한다던? 제값 받을 수 있을 때 얼른얼른 시집가. 그게 남는 장사야.”

▲ 나이도 찼는데...결혼할까?

취재하다 만났던 연애 전문가 L도 그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여자에게 성공도 중요하지만 제 나이에 가정을 꾸리는 것 역시 여자의 성공이 아니겠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물론 그의 이야기 중에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소위 골드 미스들이 원하는 배우자는 골드 미스터이지만, 골드 미스터가 원하는 배우자는 젊고 예쁜 여자이지 절대로 자기처럼 성공한 골드 미스가 아니라는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현실적으로 골드 미스터와 골드 미스의 결합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기에 그의 말이 맞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은 ‘가장 예쁠 때 시집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연애 전문가라는 그 역시, 여자의 가치는 외모나 젊음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고 나이가 들면 결혼 상대자로서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연애와 남녀 관계에 대해 비교적 깨어 있는 그룹에 속한다고 믿었던 사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고작 그 정도 수준이었다니 놀라웠다.

예쁠 때 시집가는 것? 당연히 예쁘지 않을 때 시집가는 것보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생각했을 때 정말 거대하고 중요한 사건이다. 단순히 적령기에 갔느냐 안 갔느냐, 예쁠 때 시집을 갔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도 좋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 정말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정말 중요한 것은 결혼식 때 제값을 인정받는 것이나 결혼식 때 예쁜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 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정말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과 다른 누군가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나 자신의 선택을 통해 결혼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다시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설사 결혼생활 이후에 갈등이나 힘든 시간이 닥쳐오더라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제 스스로의 힘으로 꿋꿋이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이번에는 절대, 올해에는 절대’ 라는 말의 함정

‘올해에는 꼭’ ‘이번에는 절대’라며 마치 연애 열차의 막차를 타는 것 같이 조급증을 보이는 여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연애할 때도 그렇지만, 결혼이라는 문제를 앞두면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진다. 가장 무서운 일은 예전이라면 절대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사람과 마치 자포자기하듯 어리석은 인연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왠지 올해가 지나면 다시는 이런 남자조차 못 만날 것 같다는 불안함,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더 이상한 남자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 이 남자보다 더 나은 남자가 왜 나를 마음에 들어하겠냐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적어도 남들에게는 ‘너무 늦지 않게 결혼 적령기에 시집가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우리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이 상황의 핵심이다.

우리는 남들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고 사는 것 같다.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것이고, 내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주위 사람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정작 내 행복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쉽게 잊고 산다.

골드 미스터는 골드 미스한테 관심 없다고? 그러니까 골드 미스가 되서 값 떨어지기 전에 빨리빨리 시집이나 가는 게 안전하다고? 골드 미스라고 해서 꼭 골드 미스터를 만나야 행복해진다는 공식이라도 있나? 아니, 골드 미스의 인생 목표는 ‘겨우’ 골드 미스터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밖에 없는 걸까? 골드 미스터는 젊고 예쁜 여자를 원하는 것이 당연하면서, 부와 성공을 이미 거머쥔 골드 미스가 젊고 멋진 남자를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 걸까? 사람들은 남의 결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쉽게 이야기하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만, 정작 내 스스로 깊이 있게 그런 문제들에 대해 몇 번이나 고민해보고 있는 걸까? 그냥 남들이 하는 이야기가 대충 맞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생각들에 쉽게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30분 만에 백화점에서 샌들을 골라야 한다면 우리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최고의 아이템을 고를 수 있을까? 보이는 대로 집어서 계산을 했더라도 나오는 길에 더 좋은 것을 발견하고 아쉬워하는 일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하물며 인생의 중요한 사람을 결정한다는 것, 그것은 한철 신을 샌들을 고르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일에 대해 우리는 가끔 우리 스스로 만들어둔 시간제한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마저 저지르고 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나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서 행복해지는 것만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고, 사회가 말하는 적령기를 고려하느라 분주한 사이에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행복할 수 있고, 내가 얼마만큼 멋진 여자인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들이 사라져 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론은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다. 어떤 남자를 앞에 두고서라도 자신을 느긋하게 바라보자. ‘도대체 이 여자는 뭐기에 이렇게 나이가 꽉 찼는데도 자신만만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거지?’라고 그가 생각한다면, 그래서 당신에게 긍정적인 호기심을 가진다면 당신의 전략은 오히려 성공한 셈이다.

Tip “올해엔 시집가야지?”라는 말을 피해가는 네 가지 테크닉

1. 아휴, 남자들이 저를 가만히 두질 않아서요, 조금만 더 골라보려고요.
2. 점쟁이가 그러는데 내후년에 시집간대요.
3. 어머, 용한 점쟁이가 그러는데 올해 만나는 남자는 말짱 황이라던데요.
4. 와, 결혼하셔서 정말 행복하신가 봐요. 행복의 비결이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