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션의 추억
“사실 많은 한국남자들이 그렇듯, 이벤트에는 좀 약하잖아요. 저도 그랬죠. 하지만 작년 크리스마스 그 즈음에 만난 지금 나의 그녀에게는 무언가 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날 지경이었어요. 그녀는 내가 기다려왔던 이상형이었고, 꼭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를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근데 할 줄 아는 게 없는 거죠. 솔직히 좀 창피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둘만의 공간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분위기 좋은 펜션을 예약하게 되었고, 고맙게도 그 펜션에서는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도와주더라고요. 풍선, 와인, 촛불 등등 그렇게 그녀에게 내 진심을 담아 내 곁에 오랫동안 있어달라고 고백했어요.”


♣ 비 오는 크리스마스이브 장미 꽃을 내밀던 그대
“그날은 비가 왔어요. 보통 크리스마스에는 눈을 기다리는데, 그 해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추적추적 비가 오더라고요. 크리스마스 기분도 안 나고, 저는 솔로였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고백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았거든요. 크리스마스 이브 밤 11시쯤 됐을까? 제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오고 말았어요. 심심하고 지루한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를 시청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죠. 좋아하고 있던 학교 선배였어요. 집 앞이니까 잠깐 나와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나갔더니, 비를 맞고 서있는 선배의 모습이 보였어요. 우산을 씌워주려는 제게 향수와 장미를 내미는 거예요. 비 맞고 서있는 선배의 모습은 좀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그 해 산타는 제게 아주 큰 선물을 주신 거죠.”


♣ 크리스마스 근무, 훌쩍 떠났던 당일여행
직업의 특성상, 크리스마스에 쉬어본 적이 없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남자친구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근무를 나갔죠. 근무가 끝나는 시간쯤, 그가 절 데리러 왔어요. 저를 태우고는 고속도로를 타는 거예요. 물론 저는 그 다음날도 출근을 해야 됐었고,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였죠. 그렇게 절 데리고 그 새벽, 여행을 떠난 거예요. 새벽쯤 도착한 정동진에서 편의점 컵라면을 먹고, 해돋이를 보고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와, 이틀을 꼬박 밤새웠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죠. 예기치 않았던 그가 선물해준 크리스마스 여행이었으니까요.”


♣ 최고로 맛있었던 크리스마스표 요리
“내 여자친구는 요리를 못해요. 정말 라면조차도 제가 더 잘 끓일 정도니까요. 저는 그날 근사한 레스토랑을 어렵게 예약했고, 그녀와 약속을 잡았죠. 약속시간은 6시였는데,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여자친구와 연락도 되지 않고 화도 나고, 초조하기도하고…한 시간쯤 지났을까? 그녀의 친한 친구가 전화가 와, 그녀가 다쳤다는 거예요. 병원에 갔다가 지금 집에 있다나요? 부리나케 그녀의 집을 찾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녀가 하루 종일 준비한 어설픈 음식으로 친구들끼리 파티를 계획하고 있었던 거죠. 순간 감동이 아니라 화가 났어요. 아무리 이벤트도 좋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죠. 그치만 그녀가 준비해놓은 음식을 맛보고 화가 났던 내 마음은 눈 녹듯 다 풀려버렸죠. 어설프긴 했지만 너무 맛있었거든요.”


♣ 촛불 카페에서 불러준 공개 러브송
“남산 숭의여대 근처에는 꽤 유명한 카페가 있어요. 저는 그곳을 참 좋아했죠. 하지만 제 남자친구는 그런 곳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스테이크니, 퐁듀니 그런 것보다는 차라리 고기집에서 먹는 고기가 백배는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가 그곳으로 저를 초대했어요. 그리고는 그곳에 모인 많은 연인들에게 공개적 사랑고백을 했죠. 그리고 정말 생 라이브로 노래를 불러주는 거예요. 창피하고 부끄럽고, 빨리 그냥 앉으라는 신호를 보내도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꺼내 보인 반지, 생각지도 못했던 프러포즈였죠.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전 무슨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버렸어요. 지금은 신랑이 된 그의 성격이 전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죠. 아마 평생 그날의 크리스마스는 잊지 못할 거예요.”


연인들에게 있어 겨울은 특별한 날이 많다. 크리스마스를 비롯하여 그 해 마지막 날, 다가오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까지… 꼭 비용이 많이 투자한 이벤트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대의 의외성와 예외성에 놀라고, 연인의 그 노력에 감동을 받는 것뿐. 표현하라! 당신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 몸짓 하나의 표현도 충분한 이벤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