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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품? 장애인들에겐 나중 문제!
▲반지 하나에도 사랑(하트)은 얼마든지 표현됩니다.
최근 결혼을 앞두고 양갓집 사이에 혼수품을 기준 삼아 결혼여부를 판단하는 어이없는 사례들이 펼쳐지고 있어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얼마 전 모연예인의 경우도 그러했지만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알게 모르게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 혼수품 때문에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 결혼상담소 관계자는 말했고, 지난 3일 관세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혼수품 수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결혼 예물용 보석류와 냉장고, 가구류 수입 등이 급증됐다고 해, 결혼에 있어 혼수품에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반증하고 있다.
혼수품? 저는 별로 욕심 없어요
이 문제는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관습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일 것이다. 즉, 부모님 세대가 보는 결혼이란 개인과 개인이 만나 하나 되는 것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이 만나 하나가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나은 형편의 집안을 맞고 싶어 하는 바람으로 더 큰 욕심이 생겨서일 것이다.
하지만 “혼수품은 결혼을 하기 위한 준비물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바로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일부 사람들이 혼수품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고 파혼을 하고, 급기야 법정에 까지 선다는 소식을 접하는 장애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대부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 장애인들은 결혼을 하고 싶어도 신체적인 문제, 각 집안에서의 반대 문제 등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결혼여부가 불확실한데 혼수품이 적어 결혼 못한다는 일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정말 먼 나라 얘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들이 결혼을 못해 무조건 적으로 혼수품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게 아니다. 즉, ‘혼수품은 결혼을 해서 사는 데 불편이 없을 만큼의 필요한 물건들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정확하게 인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들이 이해를 못하는 것은 일부 사람들이 사랑보다 먼저 집안의 경제적인 면부터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는 K(여·38)모씨는 “사랑이 중요하지 혼수품이 중요한가요? 혼수품이야 살면서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는 것이고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인데 혼수품이 부족해 파혼까지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정말 이해 안 되고 짜증까지 납니다. 저는 혼수품에 별로 욕심 없어요”라고 하며 과한 혼수품 요구를 하는 집안과 사람들을 이해 못하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가평에 거주하는 뇌병변 장애인 P(남·36)모씨도 “결혼을 하는데 양가에서 상대측 혼수품을 보고 결혼성사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 않겠지만 일부라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고, 우리 같은 장애인들에게 그런 얘기는 속된 말로 염장을 지르는 표현으로 까지 들린다”고 잘못된 혼수문화에 대해서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렇듯 장애인들에게 혼수품의 존재는 결혼에 있어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은 듯 보였고 누구를 얼마나 사랑하느냐하는 것을 결혼조건에 넣을 뿐이지 두 사람의 혼수품 가치에 대해선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반면 의견이 다른 비장애인들을 만나 인터뷰해 보니 혼수품 준비를 어느 정도 해 가는 것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해 우리사회 혼수문화가 아직까지 사회계층 및 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혼수품을 과하게 준비해야 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것 같겠느냐’는 질문에 가평에 사는 H(남·33)모씨는 “형편이 되면 처음에 많은 것을 마련해 놓고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지요. 특히 서로의 집안에서 어른들이 바란다면 각 집안에 맞게 혼수품을 갖추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능력되는 대로 준비하는 것은 그다지 나쁜 건 아니잖아요?”라며 혼수품 준비에 있어 웬만큼은 신경 써야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대로 서울에 사는 L(여·43)모씨는 “혼수품을 많이 준비하는 것이 좋을 수는 있겠지만 자기 형편에 맞지 않게 무리해 준비한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걸 우선하여 결혼을 하는 것이고 살면서 하나하나 준비할 수도 있는 것이지 한 번에 무리해 준비를 한다는 것은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지나친 혼수준비를 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한편 결혼한 지 30년이 된 비장애인 김민혁(남·57)씨도 “혼수품에 잣대질하는 결혼은 차라리 처음부터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요. 물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물질적인 것에 탐하는 집안과의 만남은 평생 마음 고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혼수품이란 결혼에 있어 작은 준비물일 뿐이지 결혼에 전부가 될 수 없지요. 나와 내 아내는 결혼할 때 뭐하나 제대로 해 온 것은 없으나 살면서 둘이 열심히 일하며 하나하나 장만해 나가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더라고요. 그래서 혼수품에 욕심내는 사람들 보면 지금도 좀 이해가 안 되네요”라며 과한 혼수품에 욕심을 내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인지해야할 때
일부 사람들은 혼수품에 만족하지 못하여 파혼을 하고, 일부 사람들은 결혼 자체를 만리장성보다 긴 장애의 벽으로 생각하는 엇갈림 속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이제는 인지해야할 때이다.
결혼이란 사랑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얘기이나 현실에서는 그 기본이 무시되어져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좋아 처음부터 많은 것을 준비하는 것은 자유일 것이나 그것을 상대에게 요구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
사랑 앞에서는 ‘너’와 ‘나’로 나뉘어서는 안 되듯 형편이 되는 집안에서 혼수를 더 준비할 수도 있는 것이고 형편이 되지 않는 집안에서는 준비 못하는 것에 기죽지 말고 당당히 사랑으로 갚을 줄 아는 마음의 자세가 돼 있다면 더 이상 혼수품으로 인한 집안싸움에 파혼까지 이르는 불미스런 일이 없을 것이며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줄 수 있는 정성이 담긴 반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사랑이 싹틀 수 있는 겸손한 혼수문화가 정착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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