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결혼가이드 > 연예클리닉     "쿨한 미혼의 사랑보다 아옹다옹 부부가 낫다" 512 2006-05-19     "쿨한 미혼의 사랑보다 아옹다옹 부부가 낫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신세대 사랑법 미혼58%,"경제력, 외모 좋으면 성격 무관" "누가 30대 초반을 노처녀라고 부르나요" 성인 절반 "결혼, 안 해도 괜찮아" 21일은`부부의 날`… 전호민ㆍ송미애 부부의 사랑이야기 시대가 바뀌면서 `부부(夫婦)`와 `결혼(結婚)`에 대한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다. 해마다 급증하는 이혼률은 `살아서는 함께 늙고, 죽어서는 같은 무덤에 묻힌다`는 `해로동혈(偕老同穴)`이란 고사성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사랑`에는 충실하되 `결혼`이 갖는 무게와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는 신세대에겐 `반(反)결혼, 반(反)부부`의 정서가 유행이다. 그런데 이런 세태를 충실히 따르다가 해로동혈을 택한 커플이 있다. `부부`의 연을 맺지 않고 평생 `쿨(Cool)`한 `연인`으로서 동거하기로 했지만 8년 만에 `가정`과 `부부`의 참의미를 깨닫고 스스로 `결혼`의 굴레에 갇힌 작곡가 전호민(30) 씨와 송미애(26) 씨가 그들이다. 오는 21일 `부부의 날`을 앞두고 `부부`라는 이름이 초라하기까지 한 요즘 세태 속에서 그들은 뭐라 말하고 있을까. ▶부부는 `우리`가 되는 것="사랑을 표현하고 완성하는 방법이 과거와 같을 필요도, 남들과 같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서울대 작곡과 선후배 출신인 두 사람은 1999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가 평생의 짝임을 단번에 알아봤다. 하지만 결혼에 얽매이지 않기로 합의하고 교제했다. 전씨에게 `관계-결혼식-혼인신고`에 이르는 세 가지 요소 중 `관계`를 뺀 나머지는 부수적인 것이었다. 프러포즈를 감행했다. 모험이었지만 송씨 역시 웨딩드레스에 대한 환상이 없었다. 둘은 `동거`에 들어갔다. 8년 전의 세상은 `동거`에 대해 지금처럼 관대한 척하지도 못했다. 주변의 걱정과 우려는 너무나 컸다. 역시 섣부른 결정이었을까. 보란듯이 살겠다던 이들의 사랑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가사(家事)를 두고 역할다툼도 했고, 미래를 위해 둘 중 하나는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갈등은 점차 마음에 벽을 쌓았다. 결국 둘은 관계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각자의 길로 나섰다. 중앙콩쿠르에서 1위에 오를 만큼 실력이 있던 전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카페를 경영하게 됐다. 장학생이었던 송씨는 곧바로 교원임용시험을 보고 음악 교사가 돼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이별을 결정했을 때 그들은 애초에 생각했던 대로 쿨하게 남이 된 듯했다. `쿨`이란 단어가 사랑에 개입됐을 때, 수년간 쌓아온 관계마저도 이토록 `의미 없음`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것인지 미처 몰랐다. ▶관계의 자유로움은 상대에 대한 `인정`에서 오는 것=`관계의 무의미함`에 허전함을 느낀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잘려나간 인연의 끈은 전씨의 어머니가 이었다. 전씨의 어머니는 딸처럼 아꼈던 송씨를 볼 수 없자 지병이었던 췌장암이 악화됐고, 이 소식을 들은 송씨는 가족에게만 허용되는 간병휴가를 내기 위해 전씨와 서둘러 혼인 절차를 밟았다. 둘은 그렇게 시작된 끈을 통해 다시 대화를 나눴다. 청담동에 스프 전문카페 `자오(zao)`를 새롭게 오픈하기까지 간병하는 틈틈이 송씨가 메뉴를 개발했다. 음식을 함께 맛보며 둘은 좋은 관계란 `독립`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인정`과 `화합`에서 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전씨는 "막상 `부부`라는 굴레에 들어와 보니 가까이 서되, 서로 그늘을 드리워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 오히려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부부관계도 빈 오선지에 하나하나 음을 채우는 작곡의 과정을 닮았다"며 "부부관계는 완성이 없는 작곡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진ㆍ글=김소민 기자(so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