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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해도,걷지 못해도 ..사랑할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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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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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제각기 “설마 내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설마 내가 도둑을 만나게 될까, 설마 내가 결혼하지 못할까, 설마 내가 사고를 당하게 될까, 설마 내가 슬픈 일을 겪게 될까.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그 ‘설마’에 닥쳤을 때 인생이 혼란스러워진다.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이 사고로 장애를 가진다면?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장애를 갖고 있다면? ‘설마’가 현실이 되는 순간, 나는 그리고 당신은 그래도 ‘사랑하니까’라고 말할 수 있을까?

☆ 예상치 못한 사랑,나는 버텨낼수 있을까?

세상을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에 닥칠 때가 있다 멀쩡하던 연인이 사고로 불구가 될 수도 있고, 평생 남의 일로만 알았는데 장애를 가진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이때 어떤 이는 다른 이들의 눈을 의식해 피다만 꽃처럼 사랑에 좌절한다.

평소 성격 좋기로 소문난 K씨가 그와 사랑에 빠졌을 때는 서로를 운명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에겐 이미 오래 사귄 연인이 있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K씨에게로 돌아가기로 약속했던 남자.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멀쩡하던 그가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그에게 하반신불구 판정이 내려졌다. 처음엔 K씨는 병원을 들락날락 거리며 그에게 희망을 전해주고자 했고, 헌신적인 연인의 모습을 보이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점차 K씨는 병원에 발길을 끊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놀라운 것은 그 남자는 이전의 연인과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 옛 연인은 끝까지 그 남자의 곁에 남아 사랑을 맹세한 것이다.

K씨는 자신이 정말 그를 사랑했던 건지, 자신의 사랑이 이토록 나약했는지 자문했다고 한다. 그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불처럼 사랑했는데, 그가 불구가 되었단 이유로 서서히 식어버린 자신에게 정말 실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돌이켜봐도 그의 곁에 남을 자신은 없다는 것이 그녀가 내린 결론이다. 그렇다. 그녀는 자신이 없었기에 사랑의 손을 놓은 것이다.

K씨와 같은 경우에 그녀를 나무랄 수 없다. 사랑은 환상이지만 현실이 될 때는 잔혹하다. 절대 환상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도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 그대,마음의 장애를 가진건 아닌지

장애우와 일반인의 러브스토리에 우리는 큰 감동과 놀라움을 표하곤 한다. 그런데 사실 그 러브스토리는 놀랄만한 것이 없다. 그들도 우리처럼 평범하게 사랑했을 뿐이다. 다른 점이라면 ‘장애’라는 방해요소를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사랑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은 작은 부분도 방해요소로 만들어나간다. 인종이 다른 것도, 나이차가 큰 것도, 종교가 다른 것도, 돈이 많고 적다는 이유에도 그들은 흔들리기만 하지 사랑을 지켜내려 하지 못 한다.

장애물을 생각한다면 끝도 없다. 길가에 놓인 돌멩이조차 사랑의 방해꾼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장애를 절대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사랑은 충분히 지켜나갈 수 있다. 차라리 위의 K씨 같은 경우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자신이 없다면 시작도 말아야 한다. 감정을 가지고 모험을 한다면 오히려 상대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연민’과 ‘사랑’을 구분하지 못해 장애를 가진 상대에게 큰 상처를 줄 때도 있다. 연민으로 시작한 관계는 사랑으로 지속되기 힘들다. 비록 사랑으로 진전된다 해도 둘 사이는 동등한 ‘연인’이 될 수 없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남자는 호기심과 연민으로 여자에게 다가선다. 사랑하면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던 그녀의 장애도 그에겐 부담이 되고 사랑의 장애가 되었다. 남자는 담담하게 읊조렸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는 사실 하나였다. 내가 포기한 것이다.”라고. 이별 후 남자가 토해내던 울음에는 그녀에 대한 ‘죄책감’과 자신에 대한 ‘실망’이 담겨져 있었을 것이다.

☆ 절대 사랑의 불구자는 되지말것!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장애에 대한 시선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시선일 지도 모른다. 절대 환상만으로 사랑할 수 없다. 물론 연민이나 동정도 마찬가지다. 몸의 장애는 사랑에 대한 핑계일 지 모른다. 현실을 직시한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자. 나는 사랑을 하고 있는 지, 연민을 베풀고 있는 지. 내가 가진 장애는 신체인지, 마음인지. 나는 그 사람의 어떤 면을 사랑하는 지.

신체의 장애를 사랑에 큰 방해물로 여기는 것도 모자란 행동이지만, 나도 모르게 우월한 입장에서 이유없이 연민을 베푸는 것도 모자란 행동이다. 동등하게 생각하자. 몸의 장애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랑의 장애다. 당신의 마음 속 깊은 장애부터 제거해야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그 사람을 아무 흔들림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