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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 그런데 그냥 보내주자니 왠지 아까운 생각도 들거든. 이거야 원, 처치곤란! 싫증난 장난감 같으면 남 줘버리면 그만인데. 난 왜 그 사람을 못 보내는 걸까?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
★ 니 마음 이런거지?
* 이상형의 조건, 아쉽게도 한두 개가 부족하다면 고려대상. 그래도 나머지 부분은 그럭저럭 봐줄 만 하니 내버려 두는 거야.
가끔 극도로 외로울 때는 데이트도 하고, 그 열망하는 눈빛에 반응도 해 주고. 그렇지만 딱 거기까지. 연인은 사양. 차마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 있으니까.
* 연인이 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기대하는 게 많아지잖아. 목마른 사슴처럼 목 빼고 그의 애정만 기대하고, 마음 변할까 노심초사하고. 그럴 바엔 그냥 이 상태가 좋은 것 같아.
연인관계 때문에 목매고 싶지 않아. 딴 여자에게 간다면 섭섭하긴 하겠지만, 눈물 머금고 보내주는 거지.
* 그가 날 사랑한다고 고백이라도 한다면 생각은 해보겠어. 그런데 미적지근하게, 애매모호하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러고 있는 수밖에. 나도 자존심이 있지. 먼저 잡아당기긴 싫다구. 기다려 보는 거야.
정 안 되면 친구로라도 남지 뭐.
★ 이렇게 처리하는건 어때?
* 보낼까, 당길까?
니 마음부터 살펴 봐야 해. 자, 생각해 봐. 진지하게. 그 사람이 아프면 걱정이 되니? 딴 사람이랑 있으면 신경이 쓰이니? 터치하면 두근거리니? 얼마간 안 보면 보고 싶니? 키스하고 싶고 안고 싶단 생각이 드니? 그렇다면 잴 것 없이 당겨. 진실을 몰랐던 너가 바보인 거야.
그런데 그가 손을 잡아도 무덤덤하고, 딴 이성 이야길 해도 아무 생각이 안 들고, 그의 사소한 습관이나 일상들을 기억해 내지 못하고, 뜨거운 눈빛이 의미하는 바도 안 읽혀진다면? 자, 이젠 보내야 할 때야. 편하니까 좋아? 잘 해주니까 좋아? 편함은 사랑이 아니거든. 보내주라고. 그 사람 때문에 가슴이 떨릴 다른 사람에게 보내줘야 해.
* 아까우면 즐겨!
그래도, 그래도 아까운 마음이 들고 허전하다면? 너 정말 이기적이야. 너무 외로워서일 수도 있고, 타고난 욕심 때문일 수도 있지. 어쩌겠어? 없으면 안 되겠다는 데. 그렇다면 이왕 남 주긴 뭐한 사람, 즐겨봐.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즐겁고 편한 그 기분 자체를 즐기는 거야. 너 아쉽다고 붙잡아 두다 보면 혹시 모르지, 정이 들어 사랑으로 변할 지. 그래도 아직 내 매력이 통한다는 우쭐함도 느껴보고, 외로움도 덜고 말이야.
하지만 이건 조심해. 그 사람의 기회를 막진 말아. 그 사람의 짝이 나타난다면 놔줘야 해. 사람이든 짐승이든 억지로 옭아매는 건 좋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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