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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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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gf49gjkf0d 결혼을 하고 시댁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구정을 보냈다.
워낙에 형편없는 살림꾼이라 일에 치이고 시달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연휴 후 출근은 힘들기만하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명절이 그렇게 좋더니만, 결혼을 하고 난 후 걱정이 좀 많아졌다.
명절스트레스, 명절이혼 등 한국사회에서 며느리들이 겪는 명절은 평탄치 않다는 생각때문이다.
나는 이번 구정에 우리 신랑의 성평등인식도를 점검해보고자 했다.
(내가 여성문제에 대하여 평소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꼭 요럴 때는 '여성' '평등'을 들이댄다.ㅋ)
길지는 않지만 몇차례의 명절을 시댁에서 보내면서 들었던 고민들은 대략 아래와 같다.
1. 양가집(시댁, 친정)에 머무는 시간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왜! 시댁에 먼저 가야하는지 모르겠다. 뭐 당연히... 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건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우리 집안의 귀한 딸인데, 명절 당일날 언제 친정에 가야할지 눈치 보면서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듯한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굼 뜨기만 하다.
나는 우리집안의 장녀고 우리 신랑은 막내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기 전에는 사촌동생들을 챙겨서 놀러가고 우리집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곧잘해왔다. 우리 집에는 할머님이 계시기 때문에 사촌식구들이 총집결을 하고 시끌벅적한 반면 시댁은 가족이 많이 모이지도 않고 조용하게 명절을 보내는 편이다.
올해는 명절을 몇일 앞두고 신랑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이번 구정때는 처가집에 먼저 가서 작은댁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보낼 것을 제안해온 것이다. 게다가 명절 당일 때에도 처가식구들이 세배하는 시간에 맞춰서 가기로 한 것이다. 물론 시댁과 친정이 차로 25분 거리여서 매우 유리한 조건이긴 하지만, 시어머니나 시댁 식구들을 신랑이 커버하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명절 연휴 기간에 친정과 시댁을 몇 차례 왔다갔다 하는 어려움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지만, 신랑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시간배분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사실 내가 뭐 이런거에 고마워해야 하는지 좀 치사하기도 했지만, 요럴 때는 신랑에게 왕 칭찬을 해야 한다.
2. 처가집에서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
남자가 처가집에 가면 그런 손님이 또 없을 것이다. 다들 반겨주시고 밥 상 앞으로 좋은 반찬이 줄을 선다. 장모님은 사위가 좋아하는 음식 한가지는 꼭 마련한다. 여자들이 시댁에서 일을 하는 것에 비하면 거의 왕 대접을 받는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남편들이여! 밥 먹고 자기 밥 그릇과 수저는 직접 부엌으로 들고 나가면 안될까?
우리 신랑이 연애시절부터 잘 하는 짓이 하나 있다. 우리 집(친정)에 와서 식사 후 상을 치울 때 꼭 같이 거든다는 점이다. 설거지도 가끔 하려고 고무장갑을 끼지만 대부분 우리 엄마의 만류에 포기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그렇게 애교를 부린다. 어깨 안마도 해드리고 음식이 맛있으면 오바를 하면서 생쇼를 한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우리 장모님 드린다고 꼭 직접 먹여드리는 사위를 이뻐하지 않은 장모는 없을 것이다. 신랑이 막내여서 그런지 애교가 좀 많은 편인데, 유독 처가에 와서 이쁨 받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처가에 잘해야 아내에게 사랑받는 법이다.
3. 시댁에서는 집안 일을 얼마나 도울 것인가?
여자들이 시댁에 가면 '어머니 옷 갈아입고 나올께요' 하고서는 바로 부엌행이다. 물론 그러라고 시키는 사람은 없지만 부엌에서 일을 하시는 시어머니를 '쌩깔 수 없기' 때문이다. 싸가지없는 며느리로 찍힐 바에는 몸이 힘든게 낫다.
이럴 때 남편들이여, 무엇을 하는가? 설마 혼자 TV를 보면서 벌렁 자빠져 있지는 않은지? 엄마한테 힘들다고 이런저런 투정부리지는 않는지?
남자들은 아내를 위해서 결혼하기 전에는 안하던 설거지를 해야 한다. 설령 엄마가 말리더라고 적당히 웃어가면서 즐겁게 집안 일을 도와야 한다. 보통 결혼 초기에는 시댁에 가서 설거지하는 남편도 몇몇 있지만, 시어머니가 가만히 있겠는가. 그래도! 설거지를 계속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을 부치거나 상을 차릴 때 닥치는 데로 집안 일을 도와야 한다.
만약 도울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음식 같은건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일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계속 눈길을 주고 신경을 써주어야 한다. 아내가 시댁에서 파출부 취급받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소외되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명절에도 시댁의 설거지는 우리 신랑의 몫이 되었다. 한번 어머니께서 말리더라. 본인이 하시겠다고. 난 꾹 참고 나서지 않았다. 결국 어머님과 신랑이 실랑이 하다가 신랑이 고무장갑을 꼈다.
4. 시댁과 나의 관계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얼마나 잘 할 것인가?
사실 나의 시댁은 아주 검소하고 조촐하게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다. 일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시댁과 관계맺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시어머니, 시누이, 아주버님 모두 편하고 좋으신 분들인데 내가 좀 성격이 이상한가?
큰 문제는 없지만 대화하는 속에서 사소하지만 서운할 수도 있는 얘기들이나, 오해를 살 수 있는 얘기가 조금씩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가족이니까 그렇다.
이 때 남자들의 정리가 중요한 것 같다. 어설프게 중간자 역할을 한다면서 모른채하면 안되는 일들이 많다.
내가 이번 연휴에 친정에 먼저 가게 되는 상황이나, 명절 당일에도 아침에 친정에 가는 것 등은 신랑이 직접 시댁식구들과 조율해준다. 시누이와 통화해서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도 신랑이 나서서 정리했다. 사실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난 친정에 가야하는데 시누이 식구들이 온다고 하면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는 친정에 갈테니 형님은 놀다 가세요' 이럴 수도 없잖아!
올해 시누이의 두 딸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나는 갖고 싶다는 선물을 가서 이쁘게 포장까지 해서 줬는데, 이것들이 색깔이 그러네 뭐네 하면서 투덜거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나한테 반말도 하고. 으아!! 도무지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친 조카였으면 벌써 선물 박살냈을 것이다. 시누이 식구들 눈치만 보면서 화를 참고 있던 그 때, 신랑이 나섰다. '이 녀석들이!! #%$%#%!' 그리고 자기 전에 내 기분 풀어주려고 어찌나 노력을 하던지... 내가 더이상 화를 낼 수 없는 상황으로 되었다.
신랑은 교통정리를 잘하는 편이다. 집안에서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의 문제나 사소한 다툼에 잘 개입하고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친정 집에서 윷판 벌인 울 신랑>
명절 울 신랑의 평등점수는 나에 대한 애정점수가 될 수도 있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있다면 얼마든지 조율하고 노력할 수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엄청난 질서를 바꾸는 것처럼 여겨져서도 안되고,
팔불출이라는 소리 듣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한 가정을 지키고 아내를 지키는 일이 본인의 임무일을 잊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방법을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불평불만이 많지만 사실 난 매우 양호한 상황이다.
일을 빡씨게 하는 것도 아니고, 뭐 시어머니가 음식 만들 때 조금 거드는 편이다.
그래도 나의 바램은 소박하다.
그냥 맘 편하고 몸 편한 친정만 생각나고,
한가한 틈에는 두 다리 쭉 뻗거나 벌렁 누워서 TV를 보고싶을 뿐이다.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상황을 '대충 그려려니..' 하고 넘겨버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부부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즐거운 명절, 가족과 함께 하는 명절을 보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_ 2009. 01. 28. 명절을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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