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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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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금년 오십칠세 되는 아줌마이지요. 솜씨있게 쓰지는 못 해도 저도 한 이야기 해 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주욱 살고 외국 여행이라고는 중국 4박 5일로 갔다 온 거 밖에 없는 그런 아줌마지요.
그런데 외국 이야기 하는 방에서 할 말이 뭐가 있을꼬 했는데 아주 없는 건 아니니 한번 들어보세요.
남편이 육십오세 되어서 일을 그만 두고 촌으로 내려왔어요. 그래도 평생 도시에서 살다보니 아주 버스도 안 다니는 촌은 아니고
그래도 한시간 간격으로 버스 다니고 미장원 피씨방 중국집 책대여점 태권도장 하나씩 있고 공판장도 있는 그런 동네지요.
멋드러진 전원주택 짓고 그림 같이 살아 보고두 싶지마는 돈두 돈이구 아파트에서만 살다보니 주택관리 하는 것도 엄두가 안나고 해서
아파트 두 채 달랑 건물 두개 올린다고 해서 바로 거기에 들어와 앉았지요. 우리 사는 아파트로 밑에 2차선 도로가 있고 그 맞은편에
부락이라고 해야 되나 마을이 하나 있지요.
촌스럽다는 말도 시골을 낮춰서 부르는 말로 생긴 표현인데 요즘 촌은 그렇지도 않아요. 번듯 하게 다들 집지어 살고 인구도 꽤 있어요.
젊은 층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차타고 15분 정도 가면 공단이 있어서 그 사원들이 아파트에 살지요
어느 날에 읍에 갔다가 운전해서 들어올라고 하는데 어느 아가씨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저한테 말을 걸었어요.
보니까 낯이 익어요. 우리 동네 사람인데 베트남에서 시집 온 아가씨예요. 남편이 계속 때려서 도망나왔는데 갈 데도 없고
나올 때 나오는 차비밖에 안 들고 왔다고 해서 내가 태워서 왔지요. 아가씨는 한국말도 발음이 안 좋아서 그렇지 듣는 거는 다 하고
말도 곧잘했어요. 온 지 오래 된 지 알았는데 여덟달 밖에 안 됐데요.
나이를 물어 보니까 외국인등록증을 보여주는데 86년 생이예요. 세상에나. 우리 딸보다 어린 게 외국에 시집왔고나 하니 가슴이 찡하고 그렇데요. 아무래도 맘이 찡해서 우리집에 불러다가 밥을 먹이고 내가 집에 데려다 준다고 했어요. 집에 간다는 말을 하자 또 눈물을 뚝뚝뚝 그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데 참 마음이 편칠 않아요. 그래도 우짜노. 집에 가야지.
집에 가니까 남편이라는 사람은 거실에 뻗어 있는데 한잔하고 뻗은 모양으로 술병이 널려 있고 시어머니라는 사람은 다짜고짜 너를 데리고 오는데 얼마가 들었는데 이렇게 속을 썩히냐면서 그러고 제가 인사를 하면서 오다가 만나서 데리고 왔어요 하니까 저한테
"아니,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오천원을 냈으면 오천원짜리 밥이 나와야 될 텐데. 오천원 냈는데 무김치 하나에 쉰밥만 나오면 좋겠냐고."
하소연 식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지요. 저는 그 시어머니 나이들어 외국인 며느리 보신 건 딱하지만 말을 그렇게 하니까 참 마음이 좋질 않데요.
여자가 물건도 아니고 식당에서 밥 사 먹은 거랑 어떻게 비교를 하시는지. 그렇지만 나이든 할머니앞이니 뭐라 말은 못하고 고생하시겠어요. 착한 며느리 같은데 잘 데리고 사세요. 하고 말았어요. 시집간 시누가 놀려 왔는지 나오더니 그 어린 신부를 보자 마자 마구 짜증을 내는데
반말에 반쯤 욕이 섞인 그런 말을 하다가 제가 있는 걸 보고 입을 다물고 올케를 데리고 들어가더라고요. 제가 그 집 식구도 아니고 해서 내막이야 모르지만 참 속이 막힌 거 같았지요.
그 날 다음에 공판장에 갈 때 만나면 말도 하고 제가 슬그머니 먹을 것도 사주고 우리 딸이 입다가 안 입는 멀쩡한 옷도 가져다 주고 그랬지요. 옷이 별로 없고 날씨가 추운데 두툼한 옷이 없었지요. 몸도 작고 키도 작고 그래요. 일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몸에 비해서 손이 크고 발이 험해서 딱합디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그 베트남 신부가 어려운 일 이나 한국풍습 모르는 거 있으면 저한테 묻고 동네에 태국 신부도 있어서 저를 보니까 누구라고도 해주고 그 태국 신부는 온지 더 얼마 안 되서 한국말도 영 모르고 딱했어요. 남편은 나이가 많이 차이가 나고
베트남 신부한테 남편이 좋으냐고 물어보니까 좋은 사람이라고 처음에는 말 하다가 사실은 부모님이 시집가라고 했다고 한국에 취직하는 것보다 결혼하는 게 더 쉬우니까 가서 돈 조금씩만 부치라고 했다고 하고 남편도 그러겠다고 데려왔고 그런데 거기서 말했던거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고 시댁 식구들도 너무 엄격하게만 대한다고 했지요.
그러다가 어느 날은 그 베트남 신부랑 태국 신부가 밖에서 저를 봐도 아는 체도 안하고 그러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잘 안하고 그래서 좀 서운하다하고 지냈는데 한참 뒤에 우리 아파트 사는 아줌마랑 말을 해보니 그거는 자기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고.
시댁 식구 말고 다른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면 도망갈지도 모르고 아는 게 너무 많아 진다고 시댁에서 그러는 수가 있다네요.
시댁 식구 말고는 친하게 지내지 마라. 말도 하지 마라. 그런다는데 그렇게 하면 오히려 더 외롭고 힘들 터인데
언제 한번 태국 시댁 남편과 동네에서 지나가면서 인사를 하는데 내가 외국 색시라서 솔찬히 신경쓰이겠네요 하니까 뭐 다섯살짜리라고 생각한다고 이게 마누라의 입장을 백번 헤아린다는 말인지 마누라를 무시하는 말인지
그 아래층 아줌마 말이 이 부락에 외국에서 시집 온 아가씨들이 더 많이 있었는데
도시로 분가한 사람도 있고 많이 이혼하고 도망가기도 하고 그랬다고 하네요.
남자 쪽에서 여자가 있는 경우도 있고 이혼하자고 한 적도 있고
그 아줌마는 아파트 있기 전부터 주택짓고 살아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참 말로 다 못해요.
걔중에 가장 고약한 경우가 남편이 몇달 살다가 갑자기 소식이 없어져 버리는 건데 이렇게 되면 나도 법은 잘 모르지마는 외국신부는 강제추방 될 수도 있는가 보던데
예전에는 조선족 많이 왔었는데 조선족은 말이 통하고 그렇지만 요즘에는 취업하려고 하지 결혼 별로 안 하려고 하고
그래서 한족이 많이 오고 말도 안 통하고 풍습은 낯설지 그리고 조선족은 말통해서 잘사는 사람은 잘 살지만 또 많이 도망도 간다고 왜냐면 말이 통해서 한국 실정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그러니까 농사짓는 집 마누라인 거 보다는 자기가 나가면 돈을 벌 수가 있으니까
자기가 선택해서 온 거라고 하지만 돈보고 왔다고 하기에는 부자집에 시집가는 것도 아니고 원래 결혼전에 이야기 해준 거랑
너무 달라도 끝까지 참고 사는데 쫓겨나는 사람도 많고 내 딸도 지금은 한국에 있지만 어학연수 1년 겨우 일년 갔을 때도 낯설고 물설어서
힘들어 했는데 안 됐고
자기가 오려고 해서 오는 아가씨들도 있지만 부모나 친척들의 강요에 의해서 오는 가족들이 많은데 안타깝지요.
그 베트남 신부 남편은 술 먹고 때리는 게 문제인데 그래도 요즘은 때리지는 않는 거 같고 조금씩 마음 붙이고 사는 것 같으네요.
얼마전에 분가했다는 필리핀 신부 둔 가정이 어머니 뵈로 온 거 봤는데 그 집은 참 성공해서 잘 사는 거 같았지요.
한국에 온 지 몇 년차인지는 모르겠지만 신부가 한국말도 잘 하고 아기들한테 영어도 가르치고 한다고
그 집 할머니도 며느리 자랑 많이 하고 그런 집은 참 잘 됐어요.
읍에 나갔다가 외국인 신부들 한국어 가르쳐 주는 데가 있다고 해서 전단지를 얻어 왔는데 두 새댁이 다 가고 싶어하기는 하는데 시댁에서 싫어할거라고 하고 며느리가 한국어 빨리 알면 더 좋지 않냐고 해도 시댁에서 싫어할거라고 하데요.
내가 보고 들은 거를 한번 적어 보는 거는 결혼은 연애 오래하고 같은 나라 사람끼리도 힘든데 외국사람이랑 결혼하려면은 백번천번 생각해 보고 하시고 또 돈을 내는 거는 비행기표랑 맞선 비용이지 그것으로 아무리 못사는 나라라고 해도 요즘 세상에 사람을 사서 오는 것이 말이 안됩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노총각들 총각귀신되라는 말이 아니고..주위에 외국신부가 있으면 말 좀 못해도 잘 알아듣는 사람도 많고 영리한 사람도 많으니까 한국말로 안 좋은 소리는 하지 마시고
내가 주책이고 오지랖 넓다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우리 나라 총각들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라 외국 색시를 데려올 때는 생각을 많이 하고 내가 잘해준다고 해줘도 문화가 다르니까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명절때 텔레비젼에 나오는 부부들은 피가 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며 이왕 총각들이 외국 신부한테 장가를 가야 된다면 오래 같이 잘 살 수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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