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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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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gf49gjkf0d fiogf49gjkf0d 이번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 과정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남녀 간 그리고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개정안으로 상정된 가족정책기본법에 의하면 가족의 정의에 ‘사실혼에 기초를 둔 공동체’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사실혼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의 논거는 사실혼을 인정하면 많은 여성들이 축첩 문제로 괴로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축첩에 의한 사실혼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해야 한다. 왜냐하면 가족법의 근간이 되는 민법에 의하면 엄연히 1부1처제만 인정하고 있고, 그 외의 축첩에 의한 사실혼 관계는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정책기본법에서의 사실혼은 사실상 부부의 관계에 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사실혼 여부에 대한 우려보다는 이 법으로 인해 개별 가족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실리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PACS(시민연대협약) 제도로서 결혼율 저하에 대한 대책으로 팍스 법안을 발의하였다. 이것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커플이 시청에 팍스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혼인신고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사회보장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팍스 신고를 한 커플은 사회보장과 납세, 임대차계약, 채권채무 등에서 결혼 관계에 있는 것과 같은 권리와 의무를 보장받는다. 즉, 헌신(commitment)과 돌봄(care)의 실명제라고 할 수 있다. 동거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헌신과 돌봄이 인정되면, 공적 보장에 대한 권리를 함께 보장받는 것이다. 이 법과 법적 혼인과의 차이는 법률혼은 이혼 시 부부 공동의 재산 분배에 대한 권리, 혹은 자녀양육권과 같은 사적 보장에 대해서는 개별 가족이 책임지고, 공적 보장은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혼인에 대한 발상의 획기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법에 의해 2005년 현재 6만여쌍이 팍스 신고서를 제출하였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건강가정기본법은 사회보장, 납세, 임대차계약, 채권채무 등에서 국가의 공적 보장을 지급하는 법률은 아니고, 국가의 가족정책의 기본 방향을 결정하게 되는 법이다. 이 법이 내포하는 가족의 개념 역시 국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가족의 형태는 매우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이제는 그 형태가 다양하지만, 가족이 내포하는 가치관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서로에게 헌신하고, 돌봄에 대한 배려가 매우 중요한 가치로 대두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남편, 부인, 자녀의 입장에 따라 매우 다른데, 이것은 결국 성과 세대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
50대 가장인 남성에게는 가족 하면 떠오르는 것이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위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옆으로는 아버지, 밑으로는 형제들이 한울타리에 엮여 살아가는 속에서 어머니의 헌신과 돌봄의 비중은 매우 컸다. 이러한 어머니를 이상적 모델로 생각하면서 부인에게 그 역할을 내심 기대하지만 변화의 물결에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 포기하고 있다. 권위를 내세울수록 부인과 자식과의 관계가 단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인 입장에서는 헌신과 돌봄을 자신에게만 기대하는 현실이 매우 부담스럽다. 따라서 가사 분담이 가족 관계를 결정하기도 한다. 남자들이 가사에 많이 동참하면 헌신과 돌봄을 함께 함으로써 친밀성과 공감대가 생겨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소재가 풍부해지기도 한다.
자녀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까지 가족의 헌신과 돌봄을 어머니에게만 기대했다. 어머니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가정을 혼자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을 가족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들면서 관계 변화를 시도한다. 어머니에게 기대하는 보살핌과 아버지에게 기대하는 보살핌이 다르고, 어머니를 향한 보살핌과 아버지를 향한 보살핌이 달랐던 것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순간 가족 모두 변화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가족은 누구나 속해 있지만, 각자 입장이 달라 명쾌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것 같다. 가족의 형태, 기능, 가치를 동시에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의 뚜렷한 실체가 잡히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차원의 가족을 단순화시켜서 우리의 인식을 명료화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가족에 대한 헌신과 돌봄을 함께할 수 있는 장’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혈연으로 이루어지건, 법적 혼인 혹은 사실혼이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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