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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 변신한 전 의원, 장학금 위해 거리공연
자서전 팔아 고학생 학비 돕는 4선 출신 신순범씨-[웨딩스쿨 자문위원-신순범 前의원]
김재곤기자 truman@chosun.com
입력 : 2005.02.27 17:45 42'
25일 오후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구내. 추위로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코디언 소리가 흐른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울고 넘는 박달재’ 가락이다.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연주자 옆에는 봉투에 담긴 책 20여권이 놓여 있다. 중간중간 그를 알아보는 듯한 40대들이 책을 한 권씩 사간다. 즉석에서 연주자에게 사인이나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연주자는 신순범(愼順範·71) 전 국회의원이다.
신 전 의원이 아코디언을 메고 거리에 나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연말에도 자신이 만든 ‘만광(晩光)장학재단’ 기금 마련을 위해 거리공연을 했다. 기금은 즉석에서 자신의 자서전을 팔아 마련한다.
그의 자서전 제목은 ‘꿈·깡·꾀·끼·끈에 도전하라’. 신씨는 “꿈은 희망, 깡은 의지, 꾀는 지혜, 끼는 소질, 끈은 인간관계를 나타낸다”고 설명하고 “나는 이를 ‘5가지 ㄲ법칙’이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200원짜리 라면 장사를 거쳐, 1981년 11대 국회의원이 된 것을 시작으로 14대까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의 인생역정이 자서전에 담겼다.
신씨는 처음엔 장남(준형씨)의 결혼식에 들어온 축의금 8500만원을 가지고 장학재단을 시작했다.
그는 지인들 도움을 받아 1억원을 채워 1991년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여수 지역 300여개 섬에 사는 고학생들 학비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현역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고 IMF까지 겪으면서 장학금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다. 새로운 기금 마련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2002년. 신씨의 둘째아들 영우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영우씨는 생전에 “나도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형처럼 결혼식 축의금 모두를 장학재단에 기부하겠다”고 했었다. 신씨는 둘째아들의 뜻을 이뤄 주기 위해 직접 아코디언을 메고 거리로 나섰다. 늦은 나이에 하루 4~5시간씩 2년 동안 아코디언을 연습했다.
신씨는 3월에는 매주 수·목·금 오후 4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을지로입구역에서 공연을 갖는다. 4월에는 여의도역 근처로 장소를 옮길 계획이다. 신씨는 “꿈과 야망이 있지만 실현할 방법이 부족한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장학재단을 만들고 세상 떠나는 것이 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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