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회원공간 > 테마토론     모든 남자에게 상냥한 여자친구, 어떻게 해야 할까? 139 2014-01-21     남자친구의 품에서 We Are The World를 외치다! 그녀와의 첫만남은 아직도 눈에 선연합니다. 상냥한 눈웃음과 사근사근한 말투에 사로잡힌 저는,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을 광속 장착하게 된 겁니다. 그러나 그녀와 본격교제 후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으니……. 그건 바로, 그녀의 전매특허 눈웃음과 솜사탕 말투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거죠. 맞습니다. 그녀는 만민평등 정신을 몸소 실현하는 분이셨던 겁니다. 차라리 대놓고 바람이라도 피우는 거라면 “요요요, 요망한 기지배!” 속 시원하게 사자후 한번 날려주고 돌아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친절은 골목의 길고양이에게도, 속 시커먼 복학생 선배들에게도, 도를 아냐고 물어오는 수상쩍은 2인조에게도 공평하게 돌아가는 몫이었어요. 착하다면 착하다고 할 수도 있는 거겠죠. 하지만 그녀의 단 하나뿐인 남자이고픈 저는 그녀가 잔인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집시걸, 당신의 순진함은 가시가 되어 그녀의 심성이 어째서 잘못 된 거냐고 반문하는 분들께 사소하면서도 빈번했던 일화를 들려드려야겠네요. 문제는 그녀의 빈틈을 공략해오는 하이에나 같은 사내떼입니다. 맛있는 거 사주겠다는 예비역 선배들, 커피 한 잔 하자는 남자 동기들, 술 한잔 하자는 동아리 선배들까지.그녀는 거절을 모릅니다. 제가 싫은 내색을 보이기라도 하면 천진난만 해맑은 얼굴로 “왜애?” 되묻기까지 합니다. 정말 모르나? 내가 왜 싫어하는 지, 정말, 몰라? 왜 찌질함은 항상 내 몫이어야 하는가 19세 이상의 세계를 완전히 지운 듯한 그녀에게 사내떼의 시커먼 속내를 설명이라도 하는 날에는, “어떻게 그런 생각부터 해? 그 오빠는 그런 사람 아니야” 라는 반응으로 역습을 해옵니다. 아시겠죠? 나만 속물 되는 것 같은 산뜻한 기분. 너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그 남자들을 못 믿는 거야. 남자–음흉=0이야. 부연설명을 보태면 보탤수록 내 얼굴에 침 뱉는 거 같은 느낌.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무한한 인류애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정말 제가 해탈을 하고 마침내 살아있는 부처가 돼야 마음 넓은 남자친구가 될 수 있는 걸까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녀에게 추천, ‘남자친구 빙의 시뮬레이션’ 사연남의 몸에 사리 쌓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착한 사람 귀에는 들릴 겁니다.) 단순히 친한 선배일 뿐이라는 늑대들과 술자리에 간 그녀를 기다렸던 하얀 밤들, 깊은 한숨으로 점철된 밤들, 근심으로 불태운 애간장을 그녀에게 얼만큼 표현했나요? 혹시 그녀의 행동이 옳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질만 신나게 해왔던 것은 아닌지. 그녀는 상상도 할 줄 모르는 남자의 응큼함에 대해 마르고 닳도록 설명하려고만 했던 것은 아닌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했을 뿐인 그녀는 정말 어리둥절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행동이 나쁘고, 틀렸고, 아니라고 말하는 당신을 어쩌면 원망했을 지도 모르죠. 그녀는 정말 나쁜 짓을 한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말해줘야 합니다. 너의 행동이 나쁘고,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내 마음은 내내 아팠다는 것을요. 그녀는 알아야 합니다. 만민평등 인류애를 천진난만한 얼굴로 나눠주는 동안 사랑하는 남자친구의 새치가 늘었고, 한숨이 깊었고, 다크써클이 흘렀다는 것을. 그것은 간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만민평등 친절 때문이라는 것을요. 친절하게 대했을 뿐인데, 뭐가 잘못 됐어요? We are the world를 외치는 세상의 모든 집시걸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무한한 인류애를 실현하는 길은, 내 곁의 한 사람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죠. 남자친구의 괴로운 마음을 공감해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요. 공평하게 나누어주고 싶었던 친절이 내 남자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친절일까요, 곰의 탈을 쓴 여우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