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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뿐인 결혼식이지만….’ 경기 불황이 결혼식 풍속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고가의 웨딩 촬영, 해외 신혼여행 등 결혼식의 필수요소로 여겨졌던 이벤트를 생략하고 값싼 예식장을 찾는 등 ‘결혼식 거품 빼기’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결혼한 문모(30·회사원)씨 부부는 예식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눈 딱 감고’ 웨딩 촬영을 포기했다.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촬영 비용이 너무 아깝게 생각됐기 때문이다.
문씨는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인 만큼, 가급적 여러 가지 이벤트를 다 경험하고 싶었지만 ‘차라리 가구 하나를 더 사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실내 촬영과 실외 촬영으로 나눠 20~30장을 찍던 것을 10장 내외의 실내 촬영으로 갈음하는 사례도 많다.
신혼여행도 상대적으로 비싼 해외 패키지 상품을 피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일부는 아예 제주도 등 국내 신혼여행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해외 신혼여행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H여행사 관계자는 “해외 허니문패키지 상품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예약자가 2만4000명 정도 됐는데 올해엔 2만2000명 선으로 줄었다”며 “해외 여행객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국내 신혼여행을 택하는 손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결혼식 장소에도 변화가 있다. 최근 결혼한 은행원 이강우(26)씨는 용산 육군회관을 예식장으로 택했다. 이씨는 “웨딩홀을 알아보니 식대가 싼 곳이 1인당 2만3000원선, 비싼 곳은 5만원선이었다”며 “대관비도 받지 않고 식대도 1인당 1만9000원 선인 회관에서 결혼하게 됐다”고 전했다. 광진구의 B웨딩홀 예약담당자는 “결혼을 앞둔 커플들이 교회나 성당 등으로 찾아가다 보니, 지난해에 비해 연말 예약이 40% 정도 줄었다”며 “심지어 예약해놓고도 ‘경기 풀리면 하자’며 미루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하객들의 ‘정성’에도 작은 변화가 엿보인다. 11월 결혼한 조모(여·26)씨는 예식 후 축의금을 정리하다가 100달러짜리 미화가 섞여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씨는 “원화 가치가 낮아지다 보니 신혼여행 가서 쓰라는 의미로 넣어주신 것 같다”며 “액수보다도 그 정성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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