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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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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고 또 다들 많이 취해있었다.
다만 좀 굴욕스러웠던 건, 모두들 여자 친구가 골라주는 안주를 먹고 여자 친구가 찾아준 노래를 불렀는데 나와 내 절친한 친구(우린 형제냐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만이 외로운 수컷 이었다.
아무튼 그래도 기분 좋게 춤을 추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간만에 나의 간을 혹사시키고 있는데 한 녀석이 나를 덥석 끌어안는다. ‘안녕, 프란체스카’의 광팬이란다. 한 회도 빼지 않고 봤으며 특히 김수미 아줌마는 너무 웃겼단다. 그건 내가 쓴 게 아닌데…
내 친한 친구의 초등학교 동창의 군대동기라고 그를 소개를 받은 것 같다. 그리고 녀석은 성은 ‘귀’씨, 이름은 ‘염둥이’라는 자신의 여자 친구도 내게 인사를 시켰다. 영화 ‘…홍반장’(내가 공동으로 쓴 시나리오다)을 보고 울었다며, 술김에 그랬겠지만, 나를 거의 이문열의 반열에 올려주는 바람에 기분이 너무 좋아 돌연사 할 것 같았다.
칭찬에 장사 없다고 나는 녀석을 ‘나의 친구 차트 1위’에 핫샷 데뷔시켰다. 심지어 우리 둘은 여고생들처럼 화장실도 같이 가는 사이가 되었다. 나란히 소변기 앞에 서서 히죽거리며 볼일을 보던 중에 갑자기 녀석의 휴대폰이 울린다. 금방 들어갈 거란다. 토요일 밤 새벽 2시에 엄마에게 전화를 받는 35살의 남자는 좀 딱해 보인다.
애들은 자냐고 묻는다. 뭐지? 누구랑 통화하는 건가 싶어 물어봤더니 와이프가 빨리 안 들어온다고 지랄 났단다. 녀석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바람에 나 역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그 방으로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그녀가 나의 여동생이었다면?
나름 가정에 충실하다던 그 녀석의 아내가 내 누나였다면?
그래도 나는 녀석과 녀석의 염둥이와 즐거웠을까?
둘을 위해 잔을 높이 들고 축배할 수 있었을까?
‘뭐? 처자식 있는 놈이 9살이나 어린 기집애랑 바람을 피워? 이런 19센치에서 1센치 모자란 잡놈을 봤나!’며 테이블을 뒤엎을 용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과 그녀들과 내가 함께 즐거웠다는 게 부끄러웠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코나 귀, 둘 중 아무데나 걸어도 되는 얄팍한 문장은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하든 남이 하든, 심지어 내게 신장 한 쪽을 툭~ 떼어준 고마운 생명의 은인이 하든, 불륜은 불륜이다. 어따대고 로맨스냐!
(신정구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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