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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gf49gjkf0d fiogf49gjkf0d [세상사는 이야기]부부는 가정의 중심추다
[세계일보 2006-05-19 20:45]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어버이날·부처님 오신 날·스승의 날 나름대로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한 30대의 P부인, 한숨 돌리려다 말고 21일 ‘부부의 날’이 남았음을 떠올리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뿜어낸다.
그러나 한숨의 농도가 무겁지는 않다. 비로소 자기의 날, 봉사의 입장에서 대접을 받는 입장이 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적인 느낌일 뿐이다. 먼저 남편과 자신과의 사이에 혹여 이상징후는 없는가 점검해 본다. 없다는 판단으로 무게가 실려진다.
결혼 8년차, 남편은 주경야독으로 낮에는 직장, 밤에는 대학원 공부, 자신은 초등학생 영어과외로 각자 일에 눈코 뜰 새 없고, 아들 형제 중 7세의 장남은 올 3월에 입학하고 차남은 22개월로 놀이방에 떠맡겨져 가족 모두가 얼굴을 마주보는 것은 한밤이거나 아침녘이다.
집안일과 놀이방에서의 아이들 이동은 부부 중 시간나는 사람이 맡는다. 피차 이의가 없다.
사는 것이 무엇인지 보다 나은 미래를 갖겠다고 사뭇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처지에 부부 누구도 한눈 팔 여유가 없는데 무슨 이상이 있겠느냐며 실소한다. 그러나 P부인은 “아니다, 이날 하루만이라도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자, 모든 일 미루고 삼생천연(三生天緣)의 정을 돈독히 쌓자”고 다짐해 본다.
5월의 수많은 소중한 날 중에 ‘부부의 날’이 실제 중심적인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부부가 중심 모체가 되어 어버이와 어린이, 스승을 모시고 돌봐야 하는 가정의 근간이 되는 구성원이 바로 부부이기 때문이다.
1995년 경남 창원의 빈민촌에서 목회를 하던 권재도 목사가 부부관계의 소중함과 가정의 화목을 일깨우기 위해 주창하여 만들어졌다는 이날이 해가 갈수록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는 것은 급증하는 이혼율 때문일 것이다.
사랑을 바탕으로 모범적 언행과 도리로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부부의 이혼은 바로 가정의 파괴요 자녀의 미래를 해체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누군가 말하기를 전생의 원수가 부부가 된다고 말했다. 부부 갈등에 지친 사람이 자기 변명이나 합리화를 위해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20여년 혹은 30여년 각자 살아온 사람들이 한 지붕 밑에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현상일 수 있다.
사랑의 덫이 눈을 가리고 있을 때는 둘의 삶이 서정적, 감성적으로 아름답게 내 뜻대로 영위될 것 같지만 결혼생활은 현실이고 과학이며 두 사람 이상의 공동생활과 이성적 판단이나 결정이 앞서야 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양보와 인내와 얼마 간의 희생이 따라야 함은 기본이다.
사랑의 피막은 길어야 1년 혹은 2년으로 벗겨지고 만다. 이후부터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서로의 원천적 성격과 습관이 부딪치며 사는 삶의 시작으로 피차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데, 어느 남편은 왕조시대에 사는 듯 군림·폭음하고 아내는 성별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삶의 주도권을 움켜쥐고 자기 성깔대로만 살려들며 서로 한눈팔기를 예사롭게 행사하니 소리가 커지고 무참히 깨지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의 오륜(五倫)과 예악에 대해 밝힌 부부필람(夫婦必覽)의 교훈서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1856년쯤 예의가 상실되고 풍속이 퇴폐해짐을 염려하여 한글 필사본으로 만들어진 이 교훈서에는 부부가 지켜야 할 12항목이 있는데 삶에는 의복과 음식만 있는 것이 아니고 부부 간에 오륜과 예악을 갖추어야 함을 강조했다.
남녀 평등시대에 또한 자유연애 시대에 이성 간의 만남과 헤어짐이 다반사인 요즘 젊은이들이 교훈서의 12항목을 지키라 하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일축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젊은 부부들에게 한번쯤 일독을 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상황이든 부부는 가정의 중심 추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사랑과 인격이 강건해야 가정이 화목으로 살아남고 소중한 자녀가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며, 따라서 사회도 국가도 튼튼해짐은 삼척동자도 알지만 새삼 가정의 소중함을 모두 함께 거듭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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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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