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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 연하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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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2

‘평등관계 유지’ 가장 큰 매력

누나, 동생이 만난 연상연하 커플, 이젠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연스러운 사랑 풍속도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아직 사람들은 미심쩍어 한다. 귀를 쫑긋 세우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그런 시선을 오히려 조롱한다. 솔직담백한 그들만의 러브스토리를 이제 들어보자.

큐피트의 화살 -"필이 꽂혔는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직장인 김창훈(28)씨가 군에서 막 제대할 무렵이었던 1999년 5월. 다시 찾은 교회에서 낯선 여자가 눈에 띄었다. 이쁘장하면서 귀여운 외모의 그녀는 김씨(당시 22세)의 눈엔 또래거나 아니면 두 세살 위쯤으로 보였다. 다른 또래 여자들은 모두 그녀를 '언니'라 부르는 게 이상하긴 했다. 그러나 사태를 깨달았을 때는 마음은 이미 쏟아진 물처럼 그녀에게 흘러든 후였다. 그녀 나이 7살 연상의 심미경씨(당시 29). 짐작조차 못했던 사랑은 이처럼 불현듯 찾아왔다. 김씨는 여섯살 연상의 그녀에게 괜스레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날렸다. "너 자꾸 왜 그러니" "누나가 마음에 들어서 그래요." "난 이제 결혼할 사람 만나야 돼, 넌 이제 스물 둘 밖에 안됐잖아" "저랑 결혼하면 되잖아요" 결국 신앙심이 깊었던 그녀는 풋내기 같은 김씨에게 " 우리 그러면 50일만 같이 기도해보자" 고 제안했다. 힘들어 당연히 떨어져 나갈 줄 알았던 것. 김씨는 그러나 그녀와 함께 매일밤, 꼭 100일 동안 꼭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교회에 나갔다. '백일기도 정성' 이 그녀의 자물쇠같던 마음을 풀어헤쳤다. 그녀가 집안 막내였던 탓에 처형들이 부모뻘이고 처조카들의 나이가 더 많은 점 등 여러가지 걸림들이 많았지만 지난해 결국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김씨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해 그 부분을 채워주고 변함없이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그/그녀를 사로잡는 법 - "지성이면 감천,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없다 잖아"지난해말 결혼한 최선영(29)씨와 대학후배 윤종원(26)씨 커플은 여자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던 경우다. 2001년 사귈 당시 대학동아리 선후배였다지만 직장인 최씨와 복학생이었던 윤씨가 서로 만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후배에게 마음이 빼앗긴 최씨는 친구들을 활용해 자연스런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공략법이었던것.

자주 만나면 정도 싹트는 법. 친구처럼 친해졌을 때 최씨는 "나랑 같이 살면 재미있게 해줄 수 있을텐데..."라며 넌지시 고백의 말을 던졌고 "저도 좋아요, 누나"라는 고대하던 대답이 날아왔다. 최씨는 "연상의 여자가 먼저 접근했다 거절 당하면 상황이 더욱 우스워져 대부분 망설이게 마련"이라며 "하지만 자연스럽게 만나서 조금씩 관심을 표현하고 자신의 매력을 보여준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국 미혼여성 604명에게 결혼하고 싶은 배우자 연령대를 물어본 결과 49.3%가 연하남성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혼하고 싶은 이유로는 '평등한 부부관계를 위해서' 40.6%. '젊게 살수 있어서' 29.9%. '경제적 활동기간이 길어서' 19.1%. '공감대가 쉽게 형성될 것 같아서' 6.4% 등의 순서였답니다. 연하남성과 결혼하면 걱정되는 점으로 ' 어려울 때 의지하기가 힘들것 같다.' 33.2%. '외모에 신경이 많이 쓰일 것 같다.' 22.5%.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가 34.9%였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 독립적인 삶이 가능해지면서 결혼관이 크게 변하여 남성의 나이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이 허물어져 가고 있다. 연하남편을 원하는 미혼여성과 이혼여성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이웃집 누나를 몰래 사랑하다, 홀로 서럽게 밤을 지새야 했던 70~80년대 청춘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 노릇이다. 이젠 '사랑해, 누나' 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말이 되어버렸다...

연상연하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는 역시 페미니즘이다. 연상연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대등한 부부관계를 지향하는 관계라는 주장이다. 가부장적 권위의 근간은 남성의 경제력과 나이, 그 관계를 역전시킨 연상연하 커플은 훨씬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짊을 나눠 갖는 "훨씬 자유롭고, 서로가 편안하다" 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사랑학 하지만 이런 저런 논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랑한다는데.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는데 나이차가 무슨 상관일까. 모든 담론을 거부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아마도 저 무소불위의 사랑의 힘이 아닐까.

연상연하커플은 여자들로서는 대등한 부부관계를 갖게 된다는 것이 좋은 점일 것이다.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부분은 연하남들이다. 치열한 현대의 경쟁사회에서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오히려 남성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사실을 드디어 깨닫고 있는 것 같다. 한국 남성들이 이제 실용적인 솔직함을 선택하고 있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