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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새엄마 포기하는 순간 진짜 엄마가 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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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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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gf49gjkf0d “완벽한 새엄마 포기하는 순간 진짜 엄마가 됐어요”
별난 새엄마 정영심 휴비스연구소 소장
새엄마 거부하는 아이들과 힘든 나날…“엄마도 고쳐라”지적에 뜨끔
잘하려는 욕심 접고 마음으로 다가가…이젠 자타공인 ‘성공한 새엄마’
“전 ‘새엄마’라는 조금은 튀는 타이틀이 있는 게 자랑스럽고 좋아요.”
정영심(43·휴비스연구소장·사진)씨는 새엄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쌀쌀맞고 못된 새엄마도, 속을 섞이는 아이들 때문에 혼자 눈물 흘리며 한숨짓는 순정파 새엄마도 아니다. 그는 할 말 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마음껏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별난 새엄마’다. 얼마나 남 눈치를 보지 않는지 아이들이 속썩인 이야기, 남편과 시부모님 때문에 힘들었던 사연들을 속속들이 나열한 책, ‘별난 엄마의 특별한 자녀교육 이야기’도 냈다.
사별한 뒤 두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지만, 중간중간 이혼도 여러 번 생각했었다는 정씨가 이처럼 당당한 새엄마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간단히 대답한다. “나는 소중하니까요.”
“사실, 나부터 돌아봤어야 했어요. 좋은 엄마가 되는 기본은 행복한 엄마가 되는 것이었는데 결혼 초반에는 엉망인 것들만 보여서 나를 되돌아보지 못했죠. 집 분위기도 적응이 안 되고 나를 대하는 아이들 태도에도 화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거든요. ‘당신 애들은 왜 그래’라며 엄마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하면서 새로 꾸린 가정에 회의를 느끼곤 했어요. 그렇게 답답하고 우울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하루 날잡고 아이들과 대화를 진지하게 나눠봤어요.”
정씨는 큰딸아이와 둘째 아들아이를 불러놓고 서로에 대한 불만사항을 이야기해 보자고 제안했다. 자신만 힘들고, 자신만 불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자신 있게 아이들 앞에서 이런 저런 불만들과 푸념들을 마구 쏟아냈다. 그때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도 고쳐야 할 점이 있어. 난 엄마가 퇴근 후 집에 들어왔을 때 힘든 표정하고 있는 거 싫고, 매일 시킨 음식 먹어야 하는 거 싫어. 나도 나쁜 점 고칠 테니 엄마도 나쁜 점 고쳐.”
정씨는 그 순간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부터 치유해야 타인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좁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 힘들어 죽겠다는 것은 그의 얼굴에 그대로 나타났고,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거리감을 좁힐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그는 정영심이라는 여자로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사동 거리를 돌아다니며 돈 안 드는 문화생활을 즐기는가 하면, 한 달에 한번은 혼자 영화도 봤다. 새엄마로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도 터득해 나갔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처음부터 완벽한 새엄마가 되려던 욕심은 접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데 주력한 것.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별난 새엄마와 아이들은 정말 엄마와 딸, 아들 관계가 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정을 쌓기 위해 배낭여행을 자주 떠났어요. 오랫동안 걸으면서 서로 토닥여주고, 자그마한 방 한 칸에서 부대끼며 잠도 자고…. 집을 떠나 여행지에서 얻게 되는 경험들은 새엄마이기 때문에 나와 아이 사이에 없던 끈끈함을 만들어줄 거라 생각했거든요. 딸아이와는 목욕탕도 같이 다녔죠. 처음에는 생모 생각이 나는지, 나와 생모를 비교하기도 했지만,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지금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한 새엄마’다. 열두 살에 만난 큰아이가 스물한 살의 성인이 되어 친구 같은 딸이 돼주었고, 고등학생인 아들은 매일 저녁이면 다과를 나누며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남편 같은 아들이 돼주었으니 말이다. 9년간의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고, 이제야 비로소 ‘이 결혼 잘했어’라고 위안할 수 있게 됐다는 그는 자신과 같이 재혼가정을 꾸려, 자녀교육으로 고민하고 있는 많은 ‘새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
“성공적인 자녀교육을 위한 지침서는 절대 없어요. 자녀의 성격, 성별, 연령에 따라 자녀교육은 달라져야 하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새엄마에게 마음으로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에요. 그게 좋은 새엄마, 행복한 새엄마가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니까요.”
이재은 기자 lje@iwomantimes.com | 사진 노민규기자 nomk@iwom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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