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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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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보고 싶지 않아? 어쩌면 연락도 없이 1년 동안의 외출을 허락 받았
니? 간만에 연락을 받은 친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무런 문제없던 부부
가 이미 3개월 전부터 별거를 시작했다는데, 그렇게 밝은 목소리인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 동안의 자유가 그들 부부에게 과연 무엇을
가져다 줄까?
＊아내의 해외취업
며칠 째 인터넷에 몰두하고 있던 아내는 어느 날 결단을 내렸다. 한국 교
민이 비교적 많은 도시를 찾아 국내기업 주재법인 쪽으로 취업 서류를 줄
기차게 보내왔던 결과 며칠 전 한 IT회사에서 연락이 왔던 것이다. 해외
취업이라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의외의 루트를 통해 어렵지
않게 행운을 잡았다. 해외에 있는 한국 교민들이 만든 커뮤니티 사이트를
방문하여 인맥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업의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의
외로 해외 한국 교민사회에 틈새취업시장이 넓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
다. 며칠 후면 그녀는 훌훌 털어버리고 비행기에 오른다. 남편도, 아이
도, 시부모도 없는 낯선 땅에서 보낼 1년의 자유는 숨가쁘게 살아왔던 지
난 7년간의 결혼생활에 쉼표를 찍게 해 줄 것이다.
* 외도를 허락한 남편의 마음
서로를 구속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았지만, 결혼은 남편과 아내라는 이
름으로 그리고 부모라는 이름으로 서서히 죄어온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맞
벌이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아내와 옆에서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남들처럼 트러블도 많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아내를 사
랑하고 아이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과 내 자신의 인생과는 별개였다는 생
각을 하게 되었어요. 마찬가지로 아내 역시 자신만의 인생을 자유롭게 영
위할 수 있는 권리를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능력 있고 아름다
운 아내가 일과 육아에 치이며 살아왔던 지난 7년 간의 보상 이랄까? 1년
쯤 자유롭게 재충전의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물론 집안식구들의 반대는
대단했죠. 아이와 남편을 놔두고 해외로 나가겠다는 며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시부모는 많지 않거든요.
하지만 저 자신이 아내의 능력을 믿고, 그녀가 지금보다 휠씬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보내주었습니다. 그녀가
공항을 빠져나갈 때 문득 그녀를 향해 흔들었던 제 손을 들여다 보았어
요. 제 손안에 그녀를 묶어 두었던 고삐가 쥐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미안해지더군요. 그녀가 1년 동안 어떻게 생활할지에 대해 전적으로
터치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녀가 행복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전 믿으니까요.
* 외도를 허락한 아내의 마음
1년 동안 연락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이는 시부모님들이 맡아 키워주시
기로 했죠. 반대가 심했지만 남편의 의지가 확고했고, 곧 시부모님들도 이
해해 주셨습니다. 아들 말이라면 무조건 신뢰하시는 경향이 있어 그 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이번 일은 오히려 그 덕을 봤습니다. 그 동안 저 역시
남편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이유를 찾아야 했어요. 그는 늘 새로운 진로
를 위해 고민할 시간을 갖고 싶어했죠. 남자들은 평생 그런 고민을 하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전 잘 알고 있었거든요. 아내는 남편을 소유하
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그가 가
진 인간관계나 이상에 무관심하고, 작게는 고치고 싶어하지 않은 버릇까
지 억지로 내가 가진 틀에 끼워 맞추려고 고집했던 제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 동안 한 번도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던 우리 부부에게 이번 기
회는 좋은 재충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어요. 남들은 불안하지 않느냐
고 걱정을 하지만, 만에 하나 우리가 성적인 외도를 하게 되더라도 그것
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만일 우리 둘 중 누군가 우리가 쌓아놓
은 탑을 무너뜨리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그것은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봐요. 지금 남편은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서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1년 간 아이를 맡아주실 시부모님께 무엇보다도 감사 드리고,
돌아오면 더 큰 사랑으로 보답해드릴 예정입니다.
＊범상치 않은 부부일까?
그녀는 명절이 다가오는데 찾아 뵙지 못하는 시부모님께 더 죄송하다는 말
을 덧붙였지만 평범한 아줌마인 내겐 적잖이 불안해 보였다. 긴 생머리를
폴폴 날리며 유창한 영어실력에 처녀 뺨치는 몸매까지, 저런 아름다운 아
내를 1년 동안 풀어주는(?) 남편은 또 얼마나 멋진 남자일까? 7년의 결혼
생활 동안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아름다움을 유지해온 그녀는 외모만큼이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철저히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었다. 1년이 지난 후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이들 부부의 생활전
쟁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1년의 자유를 허락 받은 그녀는 이번 추석 연휴
를 어떻게 보낼까? 평범한 아줌마의 시샘으로는 멋진 곳에서 꿈에도 그리
던 처녀시절을 재연하고 있을 지도 모를 것이라는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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