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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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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살펴보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짝을 찾
아 젊은이 못지 않은 연애 생활을 즐기고 계신 노인분들을 자주 볼 수 있
습니다. 에이~ 설마라구요? 아래의 사례들을 한번 보실까요?
◇ 장면 1
오후 한낮 12시 30분. 서울 신촌 지하철역 근처 한 은행 앞. 노년의 연인
한 쌍이 반갑게 만나고 있습니다. 이모씨(71세)와 민모씨(73세)는 누가 먼
저랄 것도 없이 손을 흔들었고, 이내 손을 맞잡았습니다. 지하도를 건너
이화여대 앞 로터리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두 사람은 연신 상대에게 말
을 거느라 정신이 없군요. 20여분 동안 젊은 연인들의 거리인 신촌을 헤집
고 다닌 뒤에 이들이 도착한 곳은 이화여대 앞 한국 노인의 전화 부설 노
후복지센터. 두 사람은 이 곳에서 오후 내내 강의를 들으며 함께 지냅니
다. 3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스포츠댄스 시간 직전 두 분의 연애 얘기를 들
을 수 있었습니다.
"애인은 무슨 애인이야. 그냥 말벗이지, 말벗.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
면 돼. 남들한테는 못하는 늙은이들끼리의 얘기가 많거든. 자식들 흉도 보
고.." 말수가 적은 이씨 대신 민씨가 너스레를 떠는데요.., 민씨의 얘기
가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반박이 쏟아지는군요. "친구는 무슨 친구야. 애
인이지, 애인." "솔직히 고백하라."
두 사람은 대부분의 낮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합니다. 일주일 가운데 일요
일만 빼고 매일같이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7시나 8시까지 함께 지내고 오
후 5시 강의가 끝나면 항상 정해진 식당에서 민씨가 준비해온 저녁을 먹으
면서 정담을 나누다 헤어집니다. 이정도면 연인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요.
"서로 아껴주고 생각해주고 도와줄 때가 제일 좋아. 그게 사랑 아닌가? 젊
은 사람들 사랑과 다를게 하나도 없어. 하지만 결혼은 안할거야. 우리가
같이 살겠다고 하면 복잡한 일이 너무 많이 생길 테니까. 상대방 자식들에
게도 제일 친한 친구로 다 소개하고 식사도 같이 했지. 더 숨기고 말고
할 것도 없어. 이렇게만 즐기기만 해도 충분하지 더 뭘 바라겠어. 이제 당
신도 얘기 좀 해봐요" 민씨가 웃으며 이씨의 무릎팍을 또 치는군요. 주변
에서도 이구동성으로 두 사람이 사랑싸움을 자주 벌인다고 전합니다. 최근
에는 담배 끊는 문제로 티격태격 싸웠다고 하네요.
◇ 장면 2
김모씨(72세)는 막 대구에 있는 애인 자랑을 시작합니다. 김씨가 애인(68
세)을 만난 건 길거리에서였다고 합니다. 서울 아들집에 사는 김씨는 여자
친구를 만나러 한 달에 두 세 번 대구로 향하는데요, 동해안 같은 데로 여
행도 떠나고 근사한 식당에도 자주 간다는군요. "며칠 씩 먼데로 여행을
간다"는 대목에서는 여느 연인들이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진다
는 사실도 내비쳤습니다. "얼마 전에 아들 놈이 돈 많고 집안 좋은 할머니
라면서 하도 만나보라기에 미팅을 했다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도망칠
뻔했지. 천금을 준다고 해도 못만나겠더라구. 연애는 억지로 되는 것이 아
닌 것 같아"
◇ 장면 3
삼성서울병원 셔틀버스 정류장 앞.. 두 남녀가 진지한 대화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 뒤로 혼자 평촌에 아파트 하나 얻어 살고 있죠." "같이
있을 땐 몰랐는데.. 혼자 되니까, 집에 들어가서 방문을 열 때 참 쓸쓸하
고 외롭죠." "저 그래서 말인데 가끔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 "제가 내일
부터 스무날쯤 집을 비우는데요.. 그 뒤에 꼭 연락주세요.. 네?" 서로 이
런 말을 주고 받으며 작별하는 두 분의 얼굴에는 발갛게 홍조가 피어올라
있었는데요..
어떻습니까? 위의 내용은 한겨레 21에서 취재된 자료를 모은 내용입니다.
지금의 어르신들 역시 젊은이들과 똑같이 길거리에서 헌팅을 할 수도 있
고, 미팅이나 소개팅을 통하여 이성친구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교제 과
정 역시 젊은이들과 별반 다른게 없죠?
어르신들의 이쁜 사랑 뽐내기..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작하면 망측스럽지
만,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어르신들 역시 젊은이와 똑같은 감정을 가지
고 있음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남은 인생의 외로움을 덜고, 삶의 활력
이 될 수 있는 이성교제가 어르신들의 문화 속에 이쁘고 올바르게 자리잡
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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